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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1 13:10 수정 : 2007.10.11 13:15

하와이카바레 입구에 트로트 가수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욕망하는 노인들의 풍경, 카바레와 성인콜라텍 르포

노인은 효도와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술 마시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욕망하는 인간이다.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지난달 27일 밤 9시30분께 서울 중구의 하와이카바레를 찾아갔다. 노란 나트륨등이 길가 현관에서 입구까지 이어진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복도에는 ‘진성’, ‘김보성’ 등 이름이 낯선 트로트 가수들 포스터가 붙어 있다. 홀에는 60여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나이트클럽처럼 밴드가 연주하는 무대와 춤추는 무대가 있었다. 홀 한가운데 지름이 1.쯤 되는 작은 무대가 테이블과 춤추는 무대 사이에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작은 무대에서 4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 가수가 트로트 가요를 불렀다. 평일인 탓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40대 중반의 여자 3명이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고, 홀 전체에 3쌍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시중을 드는 11명 가운데 7명이 여자인 것이 눈에 띄었다. 나를 자리로 안내한 ‘7번 현철’씨는 얼추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대부분이 60대였다. 긴 파마머리의 할머니도 보였다.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김아무개(45)씨가 “71살 여자 웨이터가 우리 카바레 최고령자”라고 말했다. 카바레가 전성기였던 1960년대 후반에 이들도 인생의 절정이었던 20∼30대였을 것이다. 웨이터와 대화하는 중에도 쉴 새 없이 음악이 연주됐다. 스테이지에는 골프모자에 흰색 긴팔티를 입은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춤을 추고 있었다. 무대 전체에 춤추고 있는 이는 대여섯명 정도. 김씨는 “남자 손님들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무도장과 성인콜라텍에 손님들을 많이 빼앗겼다”고 말했다.

무도장 취재는 쉽지 않았다. 무도장 두 곳에 전화를 걸어 취재 협조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업소 주인들은 <한겨레>기자임을 밝히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할 수 없이 이달 4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의 ㅇ성인콜라텍을 무작정 찾아갔다. 9층 건물의 8층에 있었다. 8층 콜라텍 입구에서 입장료 2천원을 내고 들어갔다. 댄스홀은 150평 정도로 보였고, 얼굴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조명이었다. 천장에는 큰 미러볼이 천천히 돌아갔고, 댄스홀 한가운데 조그만 무대에서 40대 후반의 파마 장발을 한 디제이가 반주 테이프에 맞춰 노래를 했다. 대부분 업템포로 변주된 트로트가요. ‘홍도야 우지 마라’에 맞춰 빼곡이 들어찬 60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지터버그(지르박)를 추고 있었다. 블루스를 추는 커플은 별로 없었다. 술취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입구를 기준으로 댄스홀 왼쪽 구역 기둥에는 ‘일자 스텝’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고, 오른쪽 구역 기둥에는 ‘논스텝’(Non step)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일자 스텝은 지터버그에서 일자 모양으로 움직이는 기초 동작을 말한다. ‘논스텝’(non-step)도 지터버그 용어로 거의 발을 떼지 않는 듯한 움직임을 가리킨다. 초보자와 베테랑이 추는 구역을 나눠놓은 셈이다. 홀을 다 지나자 식당이 보였다. 원래 콜라텍은 술을 팔 수 없으나, 콜라텍 안에 식당을 차려놓고 별도의 음식점으로 등록하는 방법으로 국수와 맥주·소주 따위를 팔고 있었다. 식당 옆 휴게실에는 ‘장수안마기’ 5대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동전 200원을 넣으면 발안마를 해주는 의자 형태의 기계였다. 댄스홀 구석의 물품보관소에서는 경품 추첨 행사도 하고 있었다. 홍삼, 오가피 세트가 상품이었다. 노인들은 모두 진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이트클럽처럼 부킹을 하는 웨이터는 없었다. 댄스홀 벽에 의자가 붙어 있어,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춤을 청하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아직 30대 초반인 내게 이곳은 다른 세계였다.

고나무 기자


‘노인들의 클럽’ 가파른 증가

통계로 본 밤문화… 싼 입장료 덕에 카바레보다 콜라텍 선호

술·노래·춤을 동시에 즐기는 것은 쉽지 않아서, 보통 한국 사람은 술 따로, 노래방 따로다. 술을 팔면서 춤추는 무대가 따로 마련된 나이트클럽, 카바레 등은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라 ‘무도유흥주점’으로 분류된다. 콜라텍은 90년대 후반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으나, 3∼4년 전부터 60대 이상이 사교댄스를 추는 ‘성인콜라텍’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법률이나 시행령은 ‘청소년콜라텍’과 ‘성인콜라텍’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콜라텍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콜라텍은 허가없이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 업종’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클럽은 홍익대 주변 등 주로 주거지역에 몰려 있다. 때문에 무도유흥주점 허가를 받기 어려워 업주들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탓에 한때 논란이 됐다. 경찰은 법을 어겼다고 단속했고, 업주들은 법이 현실과 유리됐다며 반발했다.

통계청은 신고업태를 불문하고, 직접 현장 조사를 벌인 뒤 실제로 술 마시며 춤출 수 있는 곳은 모두 ‘무도유흥주점’으로 분류해 통계수치를 작성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최근 3∼4년 동안 나이트클럽, 카바레, 술 파는 무도장·성인콜라텍·클럽 등을 포함한 무도유흥주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콜라텍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성인콜라텍의 증가로 보인다.

성인콜라텍과 함께 60대들이 주로 찾는 무도장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육시설인 ‘무도장업’으로 분류되며 문화관광부에서 관리한다. 사람들은 “한국은 음주가무의 나라”라고 말하지만, 무도장·무도학원이 양지로 나온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문화부가 정식으로 무도장·무도학원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행정규제 완화 조치를 내린 1999년부터다. 문화부는 “1999년 이전에 무도장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이 단속하고 처벌하는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불과 8년 전까지는 춤추는 것도 불법이었다. 성인콜라텍과 무도장은 법적으로 술을 팔 수 없지만, 내부에 식당을 만든 뒤 별도의 음식점으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술을 파는 곳이 많다. 합법적으로 술 마시면서 춤출 수 있는 카바레가 있는데도 노인들이 콜라텍에 몰리는 것은 입장료가 훨씬 싸고 부킹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인콜라텍은 ‘노인들의 클럽’인 셈이다.

글 고나무 기자 ·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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