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11 14:33 수정 : 2007.10.18 17:43

미크로코스모스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미크로코스모스〉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책날개에 쓰인 저자 약력은 앞으로 읽을 내용에 선입견을 심어주는 몫을 톡톡히 한다. 팩션의 경우 명문대에서 해당 시대를 전공했다는 작가 소개는 읽을 내용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름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는 말은 책이 그럭저럭 읽을 만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기개발서 저자가 성공한 기업인이라면 대단한 성공 비법을 알게 될 것 같은 생각에 미리 안도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 저자 약력이 진짜라면 말이지만.

〈미크로코스모스〉를 쓴 아스카 후지모리는 전작 〈네코토피아〉에서 스스로를 1978년생 일본계 여자 작가라고 소개했다. 파리와 뉴욕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뉴욕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었다던가. 언론은 서둘러 아스카 후지모리에게 ‘문학계의 모노노케히메’니, ‘아멜리 노통브의 뒤를 이을 작가’라느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미크로코스모스〉 책날개에는 뜻밖의 말이 적혀 있다. 사실 아스카 후지모리는 필명이며, 저자는 30대 프랑스 남자라고. 언뜻 신정아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글쎄. 일단 책은 정말 웃기다. 일본의 아스카 시대와 20세기 초중반을 무대로 한 이 책은 역사소설이라고 치기엔 제대로 ‘구라 작렬’이고, 다 뻥이라고 생각하자니 역사적 사실이 이야기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민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미크로코스모스〉는 아스카 문명이 꽃피우게 된 사연에 그 어떠한 예술적 의미도 없다고 ‘썰을 푼다’. 쇼토쿠 태자는 사실 바보에 가까운 인간이었다고. 옛날이야기 속 가상의 인물 가구야 공주가 실존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당당히 한켠을 차지하고, 여기에 소가 가문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20세기 초반의 남자, 소가 히토시가 이야기의 또 한 축을 이룬다.

어디까지가 실제 역사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를 밝히는 건 〈미크로코스모스〉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책 전체가 거대한 농담이라 해도 때로 농담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낄낄거림을 멈출 수 없다. 마지막 반전은, 권력 다툼의 광기, 전쟁의 광기, 한 인간의 광기가 다다를 수 있는 필연에 있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