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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1 17:18 수정 : 2007.10.11 17:30

지난 1일 방송된 후지 티브이 <이이토모 가을 대제전>의 한 장면.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일본에는 1년에 몇 차례인가 ‘とくばん’(도쿠방) 시즌이 있다. 일종의 특집방송 시즌이다. 각각 ‘특집’에 해당하는 ‘特集’(とくしゅう, 도쿠슈)와 ‘방송’에 해당하는 ‘番組’(ばんぐみ, 방구미)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0월이면 일본 역시 일제히 티브이 프로그램 가을개편에 들어가는데 이 시기에 방송사들은 정규편성을 중단하고, 각 요일의 황금시간대에 대형 특집방송을 편성하곤 한다. 주로 가을개편 이후 시작되는 새로운 드라마나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한꺼번에 나와 앞으로 방영될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중간중간 ‘가족오락관’식 대결을 겨루는 방송들이다.

보통 세시간 가까이 편성되는 이런 프로그램에는 평소 티브이에서 보기 힘든 대형 스타들도 얼굴을 보이기 마련인데,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서다. 예를 들어 <태왕사신기>가 10월 방영을 앞두고 9월 말 즈음 이런 특집방송이 편성됐다면 ‘욘사마’급의 대형 스타도 종종 이런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약방의 감초처럼 대형 스타들을 띄워주며 일종의 ‘바보’ 노릇을 하는 코미디언 한 무리가 등장한다. 그들을 두고 사회자가 방송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空め!”(구키오 요메~)라는 표현이다.

‘空’(くうき, 구키)는 우리말의 ‘공기’에 해당하고, ‘を’(오)는 목적격 조사 구실을 한다. 끝으로 ‘읽다’라는 뜻의 동사 む’(よむ, 요무)를 명령형인 ‘め’(よめ, 요메)로 바꿨다. 직역하면 “공기를 읽어”라는 뜻의 이 표현은 보통 “분위기 파악 좀 해~!”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회자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형 스타와 한 조를 이룬 코미디언에게 승부에 진심으로 임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고 싶을 때, “구키요 요메~!”라는 말을 던진다. 스타 앞에서는 적당히 져주고, 적당히 바보가 되는 것이 일본에서도 코미디언의 미덕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진검승부를 펼쳤다가 스타를 이겨버리기라도 하면 다치는 것 역시 코미디언의 몫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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