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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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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식객> 허영만 지음, 김영사 펴냄
날이 쌀쌀해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먹거리는 왕새우(대하)다. 안면도에서는 가을에 대하 축제가 열리는데, 두껍기로 유명한 내 손가락보다 더 두꺼운 왕새우가 워낙 싸서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다. 안면도에 오갈 때면 꼭 간월도에 들르는데, 간월도의 어리굴젓은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다. 간월도에 다녀와서 두 달 정도는 어리굴젓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허영만의 <식객> 17권에는 이 어리굴젓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리굴젓의 어원이 “맛이 맵거나 독해 혀끝이 몹시 아리다는 뜻의 ‘얼얼하다’에서 변형이 되었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는 데서부터, 작가가 간월도에 취재를 갔던 이야기와 사진까지, 만화 외적인 정보들도 쏠쏠하다. 17권에는 마산 아귀찜과 지금 읽기에는 때이른 화전(꽃지짐) 이야기를 다룬 만화도 실려 있다.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긴 했지만 허영만의 <식객>에서는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묻어난다. 맛있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얽힌 사람들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작가의 생각이 각각의 이야기에서 맛깔나게 표현된다. 굴을 캐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의 냄새가 나는 어리굴젓에 집착하는 소년의 이야기나, 남자들이 군 생활 때 너무 먹어서 나중엔 입에 대기도 싫어하는 건빵 이야기가 다 그렇다. 먹기 위해 살건 살기 위해 먹건, 먹어야만 가능한 삶은 때로 고통스럽다. 운동권 학생이 ‘조직 계보’를 대라고 고문을 당하다 고문관이 남긴 국밥을 먹으며 삶의 희망을 발견한 이야기는, 그 시절 그들의 너무 달라진 현재 모습과 겹쳐지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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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의 맛있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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