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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비해 동물 관람 목적으로 동물원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서울대공원에서 동물 사진을 찍고 있는 청소년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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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정치적으로 올바른 동물원 관람… 과자를 던지는 것도 삼가야
정치적으로 올바른 동물원 관람이 가능할까? 탄생부터 ‘비윤리적’ 혐의를 받아 온 동물원이지만 그렇다고 교육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멸종 위기종의 복원과 야생동물 연구도 동물원의 순기능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을 즐길 거리로만 여긴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 동물원 소모임 ‘하호’가 2004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 관람객 가운데 ‘동물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관람객은 10%에 불과했다. 대부분 나들이(35%), 데이트(24%), 휴식(22%)을 위해 동물원에 찾아왔다. 물론 동물 관람 이외의 목적으로 동물원에 가는 게 비윤리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동물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이 통계는 시설이 열악한 한국의 동물원에 여러 함의를 준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한결같이 “아직 관람객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동물원 관람은 동물을 존중하는 ‘진지한’ 자세에서 출발한다. △비윤리적인 동물원은 가지 않는다= 최근 소규모 ‘애니멀 파크’에서 잇따라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회전목마처럼 조랑말을 묶은 뒤 사람을 태우고 정해진 공간을 돌게 하거나, 당나귀나 소에 달구지를 매달아 놓고 많은 사람을 태워 가게 하는 경우 등이 논란이 됐다. 이런 시설 속에서 아이들이 생명 존중을 배우기는 어렵다. △동물 쇼는 보지 않는다= 동물 쇼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물원의 주요 수익원이다. 전문가와 단체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적어도 ‘오락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야생 본능을 가진 동물들에게 반복 훈련을 시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지나친 먹이 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물의 자발성과 야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과자를 던지는 건 위험한 일이다. 과자를 받아먹기 위해 서열 간 경쟁이 일어나고,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동물원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먹이 주기는 소화불량과 비만, 충치의 원인이 된다.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거나 유리창을 두드려 동물의 반응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좋지 않은 행동이다. 사람은 동물 한 마리를 보지만, 동물은 수천명의 사람을 대해야 한다. 선진 생태동물원의 경우 사육 공간 일부를 수풀 등으로 가려 동물에게 프라이버시 공간을 마련해준다.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동물원도 이런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동물·환경단체 활동에 참여한다= 동물원에서 현장 생태교육이 이뤄지거나 동물원 모니터링 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서구에 비해 한국의 상황은 일천한 편. 환경운동연합 동물원 소모임 ‘하호’(haho.kfem.or.kr)가 유일하게 서울대공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카라(withanimal.net), 동물자유연대(animals.or.kr) 등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동물복지 활동을 하고 있으니 문을 두드려 볼 만하다.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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