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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8 21:15 수정 : 2007.10.18 21:15

곰탕사진

[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 하동관

곰탕은 푹 고아서 국물을 낸다는 뜻인 ‘고음(膏飮)’에서 비롯된 음식으로 19세기 말에 나온 <시의전서>(是議全書)는 고음을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떼기, 꼬리, 양, 곤자소니, 전복, 해삼을 큰 솥에 넣고 물을 많이 부운 뒤 만화(慢火)로 푹 끓인” 음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옛날 고음에는 육류 외에 귀한 해산물까지 들어갔던 모양이니 상당히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1940년대에는 육류와 함께 무, 다시마를 넣고 끓이는 곰국이 되었다가 해방 이후 육류만을 재료로 쓰는 오늘날의 ‘곰탕’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 고 조풍연 선생의 해설이다.

아무튼 이러한 역사를 가진 곰탕 하나로 해방 직후부터 서울 시민의 입맛을 즐겁게 해온 집이 하동관이다. 서울의 음식점을 논하면서 뛰어난 맛에다 역사와 전통까지 자랑하는 하동관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되지만 너무 유명해서 망설이던 차에 사건이 생겼다. 60여년 장사를 해온 수하동 일대가 재개발되는 통에 명동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새로 문을 연 하동관은 위치만 달라졌을 뿐 옛 하동관의 체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대문도 옛집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고 탁자와 놋그릇까지도 예전에 쓰던 것을 변함없이 쓴다. 맛도 그대로임은 물론이다. 손님들도 대부분이 오랜 단골들이다. 필자도 하동관을 어린 시절부터 40년 넘게 드나들었지만 아직도 손님 중에서는 새파랗게(?) 젊은 축에 속한다.

새로 옮긴 하동관 입구 모습.
온갖 맛있는 것이 지천에 깔린 세상이 되었지만 요즘도 하동관 곰탕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입에 착 감기는 것이 어떻게 소의 부속물만으로 이런 맛을 낼까 싶다. 하동관의 메뉴는 곰탕 한 가지뿐이지만 오래된 단골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주문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긴다. 필자의 경우에는 “열두공, 내포, 기름 빼고, 밥 넌둥 만둥!” 이라고 시킨다. 여기서 ‘열두공’은 메뉴에 없는, 수육을 특별히 많이 넣은 1만2천원짜리를 뜻하고 ‘내포’는 살코기나 차돌박이 대신 양만 넣어 달라는 의미이며, ‘기름 빼고’는 말 그대로 기름은 빼달라는 주문이고 ‘밥 넌둥 만둥’은 맛보기보다도 밥을 적게 넣어 달라는 암호이다. 여기에다 파를 듬뿍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통닭’(계란)이나 ‘깍국’(김치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그러고는 종업원에게 1500원을 쥐여주며 “냉수 한잔!”을 외치면 소주를 맥주컵에 한잔 따라서 갖다 준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주말에 모처럼 늦잠을 자고 하동관에 들러 이렇게 곰탕 한 그릇을 느긋하게 비우고 나면 일류 호텔의 선데이 브런치가 부럽지 않다. 곰탕 보통은 8천원, 특은 만원이다. 을지로입구의 외환은행 본점 뒤편에 있으며 전화번호는 776-5656이다. 테헤란로의 포스코센터 옆 골목에 있는 강남분점의 전화번호는 (02)565-3355이다. 저녁 장사를 안 하는 전통은 새 집에서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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