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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가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리면, 심기가 편치 않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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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우리 집에서 스밀라는 ‘시간 잡아먹는 고양이’로 통한다. 녀석의 기분을 맞춰 주려고 깃털 장난감을 흔들거나 털을 빗어 주거나 하다 보면, 한 시간은 뚝딱 지나가 버리니 말이다. 고양이와 함께 산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에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딱 두 가지인 줄 알았다. 평상시의 ‘야옹’ 하는 소리와, 발정기 때의 약간 기괴한 울음소리. 하지만 스밀라 덕분에 어설프게나마 ‘고양이 언어 초벌 번역’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고나 할까. 참고로 고양이마다 울음소리에 차이가 있으므로, 우리 집에서 먹히는 번역이 다른 집 고양이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스밀라가 눈을 절반쯤 감다시피 뜨고 ‘앵!’ 하고 짧게 울면, 기분이 좋고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이럴 때 머리와 목덜미·등을 지그시 쓰다듬어 주면 ‘그릉그릉’ 목을 울리는 확실한 애정 표현을 듣게 된다. 또 입을 반쯤 열고 ‘애앵 …’ 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뭔가 뜻대로 안 되거나 실망스러울 때 내는 소리다. 심리적인 갈등 상태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가장 강력한 의사표현 수단으로 ‘고함 지르기’가 있다. 입을 있는 대로 한껏 크게 벌려 송곳니를 드러내고, 목소리 톤을 신경질적으로 높여 ‘아아아아아앙!’ 하고 늘여 빼며 사람을 부른다. 판소리를 시켜도 되겠다 싶을 만큼 한 맺힌 목소리다. “인간아, 방에 있는 거 알아. 빨리 나와!” 하는 소리다. 내가 방에서 일하느라 나오지 않고 혼자 거실에서 놀아야 할 때, 누구든 제 상대를 해 주러 나올 때까지 그렇게 고함을 지른다. 스밀라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고양이는 원래 조용한 동물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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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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