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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위치한 선재사찰음식연구원에서 만난 선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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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가을에 쉽게 만들어먹는 사찰음식,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원장 선재 스님에게 듣는다
불경 <유마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유마거사가 병에 걸렸다. 유마거사는 병을 숨기지 않고 “내가 병에 걸렸다”고 주위에 알렸다. 문수보살(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 병문안을 가서 어디가, 왜 아픈지 물었다.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고 답했다. 사찰 음식에서 농약을 친 농작물을 쓰지 않는 이유가 이 우화에 담겨 있다. 타인의 고통을 제 몸의 아픔으로 느낀 유마거사처럼, 불교는 땅이 농약에 오염되는 것도 제 아픔으로 느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불교의 철학은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불경 <수타니파타>는 꿀벌이 꽃을 해치지 않고 외려 도움을 주면서 꿀을 따오는 것처럼, 인간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먹을 것을 취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푹 익히는 것을 금하는 ‘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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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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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두부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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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무늬 도기에 담긴 두부우엉조림은 ‘담백하다’는 형용사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담백한 맛을 냈다. 우엉의 쫄깃한 질감과 두부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자극적인 단맛이 없어서 혀가 느리게 반응했지만, 맛의 느낌은 오래 지속됐다. 원재료 외에 다른 재료가 쓰이지 않은 호박전과 무전의 맛도 웅숭깊었다.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맛이다. 어렸을 때 비가 오면 마당에서 맨몸으로 비를 맞고 놀았다. 무전의 맛은 그 생생함과 닮아 있었다. 설탕 대신 사과를 갈아 단맛 내야 선재 스님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찰 음식보다는 선식(禪食)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가려 먹느냐는 것도 수행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선재 스님은 요즘 한국선음식문화연구원을 수원에서 양평으로 이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기초공사가 끝났으나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잠시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선재 스님은 이달 20일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사찰 음식에 대해 강의하고 요리도 할 계획이다. 파·마늘·양파 등을 넣지 않은 사찰김치 등 다양한 사찰 음식을 공부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또 선재 스님은 수서에 있는 법룡사에서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 모두 네 차례 사찰 음식 강연을 한다. 사찰 음식은 ‘느림의 미학’을 닮았다. 요즘 걷기에 관심이 많다면 찾아갈 만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선재 스님의 레시피 / 우엉두부조림 & 호박전 & 무전 우엉은 적당히 볶으세요 우엉두부조림 재료 우엉 2대, 두부 1모, 들기름, 간장, 조청(또는 물엿) 조리 방법(3인분 기준) 1. 두부를 굽는다 .
2. 우엉을 잘게 채 썬 뒤 들기름에 볶는다.
3. 우엉이 어느 정도 볶이면 간장 2티스푼과 조청을 넣고 두부와 함께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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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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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 썬 호박에 소금 1/2티스푼을 넣고 주무른다.
3. 밀가루를 넣고 한입 크기로 부친다. 무전 재료 무, 소금, 사과 1개, 고추장, 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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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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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과를 갈아서 고추장을 밥숟가락으로 1숟가락 넣고 식초를 뿌려 소스를 만든다.
3. 무전과 함께 소스를 작은 그릇에 담아 낸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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