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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31 20:23 수정 : 2007.10.31 22:42

<풀먹는 가족>

[매거진 Esc]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풀먹는 가족>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일본 소설 붐이라고 했던 게 얼마 전인데, 어느새 중국 소설 바람이 분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붐이라는 건지,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책을 내어서 붐이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 소설 이야기가 이전보다 자주 들리는 건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소설과 일본 소설의 관심사가 조금 다르다는 것. 일본 소설은 현대사회에 초점을 맞춘, 인간관계와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정신적인 갈등을 다루는 일이 많다. 하지만 중국 소설은 문화대혁명을 비롯한 중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우가 드물다.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에서 살며 프랑스어로 소설을 써 페미나상을 받은 다이 시지에와 역시 중국에서 태어났다가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써 퓰리처상 후보에 두 번 오른 하진의 소설들도 그렇다. 역사의 영향을 받은, 피해갈 도리 없는 이런 리얼리즘은 여섯 장으로 이루어진 꿈 이야기인 모옌의 <풀먹는 가족>에서도 엿보인다.

1989년에 완성된 이 소설은 농촌에서 나고 자라 창작하는 모옌의 독특한 현실감각을 보여준다. 어디까지나 땅에, 흙에 기반한 현실과 환상이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풀먹는 가족>의 줄거리를 정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설과 현실, 공상이 뒤죽박죽됐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딘지 모를 벌판에서 길을 잃는 형국이다. 질박한 농촌의 삶과 그 땅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의 이야기가 한 데 섞여 있다. 박명애씨의 번역 덕에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모옌의 묘사가 잘 살아났다. 책 속의 말을 빌리면 “몽환과 현실, 과학과 동화, 하느님과 마귀, 사랑과 매음, 고귀함과 비천함, 미녀와 똥, 과거와 현재, 금메달과 콘돔 등이 서로 뒤섞이며 긴밀하게 단결하더니 하나의 고리로 서로 연결되어 완전한 세계를 형성한다”. 천지간에는 환락의 색채와 맛이 가득히 흘러넘치며, 황금색의 유년시절과 아주 푸른 마노 같은 강물로 충만했다. 천공은 대단히 웅장하고 아름답고, 자연의 광채는 대단히 찬란하며, 속세는 대단히 따뜻하다. 인생은? 대단히 맵다. 세계의 원초적 에너지에 대한 묘사의 열락 속에서 이미지가 펄떡거리며 떠오른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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