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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31 22:19 수정 : 2007.11.03 10:23

현대차 '아이써티'

[매거진 Esc]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 20~30대의 ‘첫 차’로 인기 끄는 현대차 ‘아이써티’

깜찍한 임수정이 등장해 “달라 달라”를 외치는 광고 음악으로 기억되는 현대자동차 ‘아이써티(i30)’는 최근 20∼30대가 자기의 ‘첫번째 자동차’ 후보에 올려놓고 많은 관심을 보이는 자동차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동차 전문가 3인과 함께 아이써티를 분석해봤다.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김우성 한국판 편집장
왜 4단 자동기어를 고집하지?

40년 된 현대 집안에서 들려온 아이써티 출산 소식은 뿌듯했다. 시장의 요구와 스스로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한, 말하자면 분수를 아는 차이기 때문이다. 아이써티는 해치백의 본고장 유럽을 향한 현대의 선전포고다. 온갖 설움을 이겨내고 북미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현대가,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며 집어든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현대가 이번에는 시장 분석을 어지간히 한 모양이다. 신차가 등장할 때마다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이름을 선보여온 ‘작명 전문가’의 면모와 달리, 아이써티(i30)라는 기호화된 이름을 붙이는 인내심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일반적인 작명법을 꼼꼼히 공부했다는 의미다. 현대는 앞으로 아이텐(경차)과 아이포티(중형) 등 일련의 아이 시리즈를 준비할 작정이란다. 그 모든 계획의 실행 여부는 아이써티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해치백으로서 아이써티는 상당히 잘 만든 차다. 차체 균형도 좋고, 소소한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세단의 구색 맞추기로 간간이 등장했던 다른 국산 해치백들과 분명히 다른 점이다. 여전히 한국차를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럽 언론들도 아이써티에 대해서 만큼은 대체로 호평을 내렸다. 그렇다고 좋아라 하기엔 이르다. 어디까지나 ‘새로 들이민 명함’치고는 괜찮았다는 말이니까. 1.6리터 121마력 휘발유 엔진도 무난하지만, 이 차에는 리터당 20.5킬로미터의 연비를 자랑하는 1.6리터 117마력 VGT(디젤) 엔진이 더 낫다. 여기에 유럽차 뺨치게 직관적인 핸들링은 아이써티를 달리 보게 하는 결정적 요소. 해치백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아이써티는 황무지에서 돋아난 푸른 새싹 같은 차다.



현대차 '아이써티'

그런데 이 좋은 차를 만들어놓고 현대는 왜 4단 자동기어를 고집할까. 만약 가격 때문이라면 차라리 이 차급에 과분한 다른 장비들(스마트 키 같은)을 포기하더라도 5단 기어로 달리기 실력을 보탰어야 했다. 아쉬운 점은 하나 더 있다. 이 좋은 해치백을 만들어놓고, 현대 관계자들은 기자들이 ‘해치백’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기겁한다. 분명 잘생긴 해치백인데 해치백이라 해서는 안 된다니, 아이써티는 정녕 자동차 시장의 홍길동이란 말인가.

장진택 수석기자
‘아이’ 네이밍 전략의 숨은 뜻

이 차가 이전처럼 아반떼 해치백 버전 정도로 만들어졌다면 이토록 특별한 작명도 없었을 거다. 도대체 ‘아이써티’가 뭔가? 무슨 사이보그 이름도 아니고. 매번 그럴싸한 이름을 접해왔던 우리로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던 프로젝트 명이 양산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튀어나온 느낌이다. 현대는 한술 더 떠 작은 소문자 ‘아이(i)’가 이노베이션(innovation)를 거창하게 상징하고 있다며, 기아 모닝 정도 덩치로 개발 중인 꼬마차는 아이텐(i10)으로, 그 위에 프라이드 정도의 소형차에는 아이트웬티(i20)를, 쏘나타 정도의 중형차에는 아이포티(i40)를 붙일 태세다. 이미 아이써티의 길이를 늘려 짐칸으로 활용한 왜건 모델에는 아이써티 에스더블유(SW.스포츠 왜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이러한 네이밍 전략은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접고 팀웍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쏘나타, 아반떼, 그랜저 등의 이름을 구질구질하게 나눠 쓰지 않고 현대라는 문장(紋章)을 빛내 줄 똑똑한 ‘아이(i)’ 여럿을 거느리겠다는 거다. 베엠베(BMW)나 벤츠, 아우디 등의 빛나는 문장들은 모두 이런 네이밍을 사용한다.


현대차 '아이써티'

이토록 장대한 전략의 선두 타자로 등장한 아이써티는 이전 현대차와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세운다. 1번, 야무진 스타일이 다르다. 이전 현대차들이 아이써티 앞에서 다소 헐렁해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2번, 야무진 뼈대가 또 다르다. 아반떼 해치백 버전 정도로 포진하지만 아반떼와 완전히 다른 기아 씨드의 뼈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아 씨드는 유럽에서만 파는 기아의 해치백으로서 폭스바겐 골프만큼이나 알찬 뼈대를 지녔다. 아이써티는 국내 사정을 고려하여 이보다 약간 부드럽게 조율됐다. 3번, 승차감이 많이 다르다. 물침대처럼 출렁거리는 승차감을 원한다면 아반떼가 더 좋을 거다. 아이써티는 적당히 딱딱한 스프링이 달린 침대다. 고로 물침대스러운 자동차가 따라올 수 없는 핸들링과 고속주행성을 선사한다. 4번, 한국에서 번번히 실패했던 해치백과 왜건 모델만 등장한 것이 완전히 다르다. 결과적으로 점잖게 출렁이는 거대한 한국 세단이 싫어졌다면 완전히 다른 아이써티를 사는 게 좋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탄탄한 유럽식 뼈대와 잘 어울리는 디젤엔진 모델을 추천한다.

이경섭 <모터 트렌드> 편집장
휘발유보단 디젤차를 사라

저마다 개성을 외치는 세상에서 ‘나는 다르다’고 말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뭔가 다르다면 다르다고 외쳐야겠지만. 아이써티 광고는 명랑한 동어반복이다.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뭐가 다를까?

디자인? 대개의 해치백은 뒷모양이 날렵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구조 덕분에 예쁘고 세련됐다. 아이써티는? 세단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아쉽게도 해치백 무리에서는 돋보이지 않는다. 톡 쏘는 맛이 없이 무난한 정도에 그친다. 유럽에서 잘나가는 사촌 기아 씨드의 반짝이는 차체를 떠올려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이름은 아이써티일지언정 모양은 씨드였다면 더 좋았을걸. 실용성? 상자 세 개를 붙여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3박스카’라고 부르는 세단과 비교할 때 해치백은 박스 하나(트렁크 공간?)가 부족하다. 하지만 세단보다 실용성이 높다. 시트를 이리저리 접을 수 있고 세단보다 더 큰 짐도 거뜬히 싣는다. 아이써티도 확실히 그렇다. 아주 실용적이다. 미니밴도 아니면서 친구 넷과 2박3일 캠핑을 떠나도 괜찮은 차다. 남들과 다르다고 크게 외칠 만하다.인테리어? 현대의 일취월장한 마무리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체공학적 시트나 내부 디자인에서 트집 잡을 데가 없다. 간결하고 쓰기 편한 스위치도 점수를 줄 만하다. 앞 시트 뒤쪽 아래에는 앞쪽 시트 바닥을 가리기 위한 덮개까지 달려 있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로 읽힌다. 성능? 휘발유는 부드럽고 디젤은 힘이 좋다. 핸들링도 가볍고 승차감도 깔끔하다. 121마력 휘발유 모델은 부드러운 대신 힘이 약간 부족한 듯하지만 117마력짜리 디젤은 넘치는 토크 덕분에 중저속에서의 주행이 시원스럽다. 1800만원이 넘는 부담스런 가격만 아니라면 굳이 휘발유를 살 이유가 있을까 싶다.


현대차 '아이써티'

국내에서 해치백은 특이한 사람들이나 타는 컬트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아이써티의 등장으로 변화의 바람이 솔솔 분다. 중고차 가격 걱정 없이도 살 수 있는 범용 아이템이 됐다. 아이써티가 경쟁자로 삼고 싶은 모델은 폭스바겐 골프. 그래서인지 열쇠 모양마저 비슷하게 만들었다. 신참내기 아이써티가 30년 동안 2500만대를 팔아치운 백전노장 골프와 맞상대하기엔 아직 힘겹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써티의 선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남들이 모두 그렇고 그런 세단을 고집할 때 “나는 달라” 하며 당당히 선택할 수 있는 차, 단순히 해치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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