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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4 17:28 수정 : 2007.11.14 17:51

〈셜리〉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셜리>
모리 카오루 지음, 김완 옮김, 북박스 펴냄

메이드(흰 레이스 앞치마를 두른 여자 하녀)가 좋다고 하면 변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모리 카오루의 <엠마>와 <셜리>가 있기 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메이드? 요즘 시대에 웬 하녀? 일본에 있다는 메이드 카페에 가서 “주인님~” 하며 하트를 날리는 큰 눈동자 소녀의 서빙을 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는 건가? 어느 쪽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모리 카오루의 만화 속 메이드는 계급사회의 희생양이나 성적 함의가 다분한 코스프레를 뜻하지 않는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자본을 등에 업은 신흥 귀족들이 부상하고 만국박람회가 계급을 불문한 영국인들의 가슴을 뛰게 하던 그 시대, 뒷골목의 가난이 극심해서 열세 살의 고아 소녀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일자리가 메이드였던 시대를 지극히 낭만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게 모리 카오루의 메이드물이다. 메이드로 일하는 엠마의 사랑을 그렸던 장편 <엠마>의 성공에 힘입어 출간된 <셜리>는 단편집이다. 부모님 없이 살아가던 열세 살의 셜리가 메이드로 고용되어 일하는 이야기, 심술궂은 할아버지를 주인으로 모시는 메어리의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자체를 지극히 낭만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만화이기에, 이야기는 대개 그녀들이 모시는 주인과 그녀의 관계, 단순히 주종관계가 아니라 말하지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않고도 서로를 이해하는 기묘한 동거인들의 관계에 집중된다. 엄격한 어머니의 교육을 받는 ‘도련님’은 어머니보다 메이드를 더 따르기도 하고, 높은 찬장에 키가 닿지 않는 어린 메이드는 주인이 귀하게 여기는 커피잔을 실수로 깨뜨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고당하거나 미움을 사는 게 아니라, 그런 사건들을 통해 서로 하나씩 더 배워가거나 혹은 위로받는다.

모리 카오루의 메이드물의 특징은, 독자의 성별에 관계없이 고른 사랑을 받는다는 데 있다. 성별에 따라 ‘꽂히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감정을 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소 금욕적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성별을 불문한 애독자를 갖고 있다. 흠, 표현 과잉의 세상에서 금욕으로 쾌락을 느끼는 건, 역시 변태적인 취미려나.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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