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4 18:06
수정 : 2007.11.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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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 중턱에서 바라 본 서도. 김성도씨 집(어업인 숙소)에서 불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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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동서를 회전목마처럼 돌며 비추는 ‘독도 등대’와 함께 하룻밤을 머문 이야기
어떻게 보면 독도는 정치에 포박돼 있다. 독도 유람선 삼봉호는 하루 두 차례 ‘아! 대한민국’과 ‘독도는 우리땅’을 번갈아 울리며 독도 동도 접안장에 들어온다.(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이뤄졌다) 그 소리는 동도 중턱에 박힌 ‘한국령’ 표석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유람선을 타고 들어온 관광객을 처음 맞는 건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는 표지석.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독도 접안시설 준공을 기념하여 이 휘호를 썼다”고 한다. ‘공해’라고 싶을 정도로 독도에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확인하는 기념물이 널렸다. 경북도지사가 세운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표지석, ‘한국령’이라고 한문으로 새겨진 대형 돌덩이, 바위에 새겨진 태극기까지. 동도 동쪽 옛 접안장에는 이런 문장도 새겨졌다. “총화로 단결하여 유신과업 완수하자-울릉경찰서 1976.7.18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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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독도는 정치에 포박돼 있다. 국가와 영토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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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보다 먼저 뜨는 오징어배의 불빛
이런 선언들을 둘러보는 가장 높은 자리에 독도 등대가 서 있다. 등대 건물에는 세 남자가 산다. 하익락(52)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관리소장과 김준동(33)·한대규(36)씨. 하 소장이 경북 전역의 등대를 두루 다닌 베테랑 등대지기라면, 한씨는 이곳이 첫 등대 근무다.
독도 등대가 선 둔덕 아래는 경북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 막사가 있다. 독도의 타운하우스 정도 되는 가장 큰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직업 경찰관과 전경 1개 소대가 일하고 먹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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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독도를 운항하는 삼봉호에서는 새우깡을 판다. 갈매기들이 배를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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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는 동도 맞은편에 있다. 서도는 동도 중턱에서 보면 삼각형이 부풀어 오른 것 같다. 서도 아래가 어민 김성도(67)-김신열(69) 부부 집이 있다. 김씨 부부는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각종 공사 일을 돕는다. 김씨 부부는 독도에 사는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울릉읍 독도리 30-3번지에 주소를 뒀다.(독도리에 호적을 둔 624가구 2119명 중에도 실거주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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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독도 등대에 불이 들어온다. 빛은 10초에 한 번씩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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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삼봉호가 들어오는 오전 열 시와 네 시쯤 가장 붐빈다. 2005년 독도 관광이 시작된 이래 지난 10월까지 자그마치 20만 명이 독도에 상륙했다. 하지만 붐비는 건 동도 접안지뿐이다. 관광객은 접안지에만 내렸다가 다시 배에 타야 한다. “왜 우리는 독도에 못 올라갑니까? 우리는 한국사람 아닙니까? 독도가 쪽바리 땅이에요?”라고 경비대원들에게 열을 올리는 사람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타나지만, 그뿐이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336호다.
삼봉호가 다시 사람들을 싣고 떠나면, 독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외로워진다. 경비대는 다시 레이더를 보고 등대지기는 등명기를 닦는다. 억새가 휘날리고 슴새가 창공을 가른다.
동도에서 뜬 해는 서도로 진다. 해질녘이면 동해의 푸른 바다는 은빛 비늘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별보다 먼저 뜨는 것은 오징어배의 불빛이다. 부지런한 오징어배들은 독도를 둘레로 성화처럼 밝힌다. 얼마 안 있어 독도 등대의 등롱에서 불이 켜진다. 하 소장이 해 진 것을 보고 스위치를 올렸을 것이다. 등명기(등대의 램프)가 돌기 시작한다. 하얀 빛이 동도를 중심으로 돈다. 빛은 검은 동해바다를 비췄다가 아스라이 사라진 울릉도를 비쳤다가 서도의 이마에 하얀 띠를 두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치 회전마차의 일주 같다.
독도 등대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말 선정한 ‘아름다운 등대 16경’에도 포함됐다. 1954년 점등해 72년 한국 등대로선 처음으로 태양전지가 설치됐고, 98년에는 유인등대로 재건축됐다. 독도 등대의 유인화는 일본이 자꾸 영토 문제를 제기하자, 실제 거주지인 것을 강조하려는 측면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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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에 새로 지은 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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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라는 말이 듣고 싶으세요?
“저번에 독도 등대에 높은 사람들이 다니러 와 왜 독도 등대에서 일하느냐고 묻더군요. 아마 그 사람은 내 입에서 ‘애국’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길 기대했던 것 같은데. 애국심요? 나는 항상 해 왔던 것처럼 등대를 지킬 뿐이에요.”
하 소장은 ‘한국령’ 독도 등대에서 일한다는 애국적 자부심보다는 자신이 돌보는 은빛으로 빛나는 등명기와 햇빛을 모아 하얀 빛을 생성하는 태양전지판(솔라패널·독도 등대는 태양열로 가동된다) 그리고 전력 차단 상황에서도 제2, 3차로 구축해 둔 예비 시스템이 더욱 자랑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등대는 회전마차처럼 돌고, 바다는 하염없이 졸고 있다. 경비대 막사의 구수한 된장 냄새가 섬 전체로 퍼질 무렵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서 와, 저녁 밥 먹어라!” 하 소장의 목소리다.
독도(울릉)=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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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들어오면 김성도(왼쪽)씨는 선착장에서 화물을 기다린다. “울릉도 도동 수퍼에서 먹을거리를 부쳐준다”고 김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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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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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여행쪽지
지금이 상륙 최적기
◎삼봉호가 울릉에서 독도까지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다닌다. 날씨와 관광객 수에 따라 수시로 일정이 바뀌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두 시간 안팎이 걸린다. 왕복 3만7500원. (주)독도해운 (054)791-8111~4.
◎독도에서는 동도 접안지 바깥을 나갈 수 없다. 20~30분 정도밖에 머무르지 못한다. 그나마 배가 독도에서 접안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파도가 1미터 이상 치면 배는 독도를 한 바퀴 돌고 울릉도로 돌아간다. 배가 접안하는 확률은 50%를 밑돈다고 한다. 지금이 독도 ‘상륙’의 최적기다. 4~5월과 10~11월이 바다가 잔잔해 ‘상륙률’이 높다.
◎뭍에서 울릉도 가는 배는 경북 포항과 강원 묵호에서 출발한다. ㈜대아고속해운의 썬플라워호가 포항에서 매일 오전 열 시에 출발해 울릉에 낮 한 시에 닿는다. 울릉에서 오후 세 시에 출발해 저녁 일곱 시에 포항에 닿는다. 한겨레호는 오전 열 시에 묵호를 출발해 울릉까지 두 시간 이십 분 정도 걸린다. 울릉에서는 오후 다섯 시에 출발한다. 울릉~독도 사이도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054)791-0801~3.
◎울릉도의 숙박은 뭍에 비해 선택 폭이 좁다. 주로 여관과 민박이고 리조트나 펜션은 많지 않다. 울릉대아리조트와 울릉마리아나관광호텔이 깔끔한 편. 울릉군 홈페이지(ulleung.go.kr)의 관광정보 메뉴와 울릉군민박발전협의회(ulldominbak.com)에 연락처 명단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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