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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4 21:29 수정 : 2007.11.14 21:29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선생님 성. 인. 남. 자. 같아효.”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커피 한잔을 마시려던 찰나에 어느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성인남자라 흠’, 뭐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한 말이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재미있는 말이란 화려한 수사나 고차원의 은유보다는 정직한(혹은 적나라한) 표현이나 직관적인 비유일 때가 더 많은 것도 같다. 물론 그렇게 직접적인 말은 치고받는 싸움보다 더 심각하게 인간관계를 ‘쫑’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입이 뒤집어질 만큼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성인남자 같아효’ 정도의 말이라면 썩 괜찮지 않나 싶다.

그런 상황 - 담배 피우며 커피를 마시는 선생에게 무언가 한마디 해야 한다면 뭐라 할 수 있을까? “선생님, 지금 선생님은 니코틴과 카페인에 오염되고 있어효” 혹은 “선생님은 이 짧은 시간에 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시는군요(먹고, 마시고, 피우고, 말하고)….” 충심으로 나의 건강을 걱정해서 니코틴과 카페인을 들먹였다 하더라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암이라도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므로 무효! 아니 별로이고, 입으로 할 수 있는 건 어쩌구 하는 말은 아무리 좋게 들으려 해도 빈정거리는 것이므로 굳이 재수강을 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지 않다면 역시 별로. 결국 밥 먹고 나와 커피 마시며 담배 피우는 선생에게 학생들이 할 만한 최선의 말은 “선생님 성인남자 같아효”뿐일지 모르겠다.

나는 잘생기고 말 못하는 사람보다는, 못생겨도 말 잘하는 사람이 유효한 시대가 왔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이러한 시대에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에 모두들 지극한 관심들을 가지고 산다는 것도 믿는다. 그리고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말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성인남자보고 성인남자 같다고 이야기하는 정도의 관찰력과 표현력만 갖추면 된다. 괜히 이리저리 보태고 꾸며봐야 별거 없다는 말씀.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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