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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당신의 제1언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시아인들은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상하이의 한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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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리처드 파월의 아시안 잉글리시 4
영어를 제2언어로 삽느냐 외국어로 가르치느냐에 따른 사회분류법
내 말레이시아인 친구 여엘린이 상하이에 직장을 잡았다. 상하이에서 그네는 만다린어를 다시 배워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의 손님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름과 외양만 보고 그네가 만다린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네는 영어를 쓰는 말레이시아 중산층에서 자랐기 때문에 만다린어를 할 줄 몰랐다.
문장 끝에 ‘라’와 ‘아’를 왜 붙이지?
변호사로 일하는 내 친구 브렌던 시바도 마찬가지다. 브렌던의 집안 공용어는 영어다. 그네의 어머니는 중국인이고, 아버지는 스리랑카의 타밀족이어서 식구들끼리는 아예 영어로 소통한다. 사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인도인 가족은 이처럼 중국어, 인도어보다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내 친구 음악교사 주디 와타나베는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인과 결혼했다. 그네가 어머니와 수다를 떨었던 언어가 칸토니스어(홍콩에서 쓰는 중국어)였던 만큼 그네의 모국어는 칸토니스어겠지만, 두 모녀가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영어를 쓴다. 그리고 지금 그네는 일상에서 일본어를 가장 많이 쓴다.
보통 정부가 벌이는 인구조사에서 모국어나 제1언어를 조사해 기록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많은 아시아인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한다. 1956년 이래 스리랑카는 학교 학생들에게 신할라어와 타밀어 중 어느 언어를 쓰는지 조사했지만, 학생들은 실제 사용 빈도보다는 ‘민족적 충성심’에 따라 대답했다.
때로 교육 전문가들은 사용 언어에 따라 사회를 분류한다.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는 영어를 제2언어로 삼는 이에스엘(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사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베트남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이에프엘(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사회도 있다. 이론적으로 이에스엘 국가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쓰며 상용화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에프엘 국가에서는 주로 외국인과 소통하고자 영어를 많이 쓴다.
이에스엘-이에프엘 구분법은 유용하다. 이에스엘 수업에서는 모든 게 영어로 하지만, 이에프엘 수업에서는 학습의 효율성을 위해 모국어가 함께 쓰인다. 물론 싱가포르의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언어 숙달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엔 이에프엘 학습법이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스엘 사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언어적 현상이 나타난다. 싱가포르인들은 문장 끝에 ‘라’(lah)나 ‘아’(ah)를 붙이고, 필리핀인들은 타갈로그어나 스페인어를 붙이며, 파키스탄인은 단순 현재시제를 반복해 사용한다. 이에스엘 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광범위한 유형으로 정착돼 있다. 반면 이에프엘 나라인 일본이나 타이에서 이런 사례가 발생할 경우 잘못된 언어 용례로 간주돼 억제된다. 이에스엘 국가에서는 영어가 오랫동안 쓰였다. 따라서 사람들의 영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영어도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영어문학도 풍부하게 생산됐고, 인도인들은 정기적으로 세계문학상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한 표준영어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인들이 100여년 동안 뛰어나고 안정적으로 영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EIL과 링구아프랑카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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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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