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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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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개성 강한 캐릭터의 총집합 <무한도전>과 <거침없이 하이킥>
캐릭터의 사전적인 뜻은 등장인물 또는 인물의 성격이나 개성을 말한다. 하지만 캐릭터 드라마 또는 캐릭터 쇼라고 할 때 캐릭터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캐릭터물에서 상황이나 사건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때 캐릭터들의 반응이다. 이를테면 하하와 정형돈은 친해질 수 있을까보다 정형돈의 친한 척에 어색한 하하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더 궁금하고, 민호네 식구들이 여행을 갔을 때 뭘 하고 노는가보다 할아버지의 재미없는 제안에 각자가 어떤 핑계를 대고 빠져나갈지가 흥미로워진다.
20007년 캐릭터 군단 부문에서 1, 2위를 가르기 힘든 <무한도전>과 <거침없이 하이킥>은 캐릭터쇼의 모범 사례다. 또 대부분의 캐릭터물이 주인공 한두 명의 강한 캐릭터에 의지하는 반면 두 프로그램은 출연진 전체, 심지어 정 실장(<무한도전>)이나 개성댁(<하이킥>) 등 가끔 나오는 조연들까지 뚜렷하게 캐릭터화돼 있다. 주인공을 가르는 건 무의미할뿐더라 불가능하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한도전>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처럼 ‘무한이기주의’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어떻게 하면 단독 컷으로 혼자 빛날 수 있을까를 가지고 아옹다옹한다면 <하이킥>은 1회부터 불량 학생들에게 윤호를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민호와 두 형제의 ‘의리 없는’ 전쟁을 보여주면서 ‘홈 스윗 홈’과는 거리가 먼 가족의 풍경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서도 두 프로그램의 캐릭터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두 인물을 꼽자면 박명수와 이순재다. 호통 개그로 ‘제8의 전성기’를 연 박명수는 무한 이기주의의 걸어다니는 사전과 같은 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카메라에 잡힐 때는 대놓고 무관심하거나 방해를 하고 그의 등장에 꺅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에게는 “니들 맘 알앗!” 하며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거성의 권위는 추락해 이제는 ‘찮은이 형’(하찮은)으로 불리고 있다. ‘야동순재’라는 별명이 알려주듯 이순재는 식구들 앞에서는 툭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억지 권위를 부리지만, 야동을 보거나 악플을 달면서 소일을 하고 힘센 친구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한다. 티브이에서 지금까지 봐 왔던 집안 어른의 이미지, 특히나 이순재 자신이 연기해 온 권위와 품위의 장년 가장은 사라지고 폼도 잡고 싶고 아이들처럼 욕심도 많은 어른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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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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