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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8 18:56 수정 : 2007.11.28 19:17

세종호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를 오간다. 거리는 1.5㎞, 10분 걸린다.

[매거진 Esc]
서울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통해 다녀오는 신도·시도·모도 아일랜드 호핑 투어

주말 오후 서울을 빠져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숯불갈비집과 차량 정체로 빽빽한 ‘수도권 정글’을 기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지친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밀림 위로 뚫린 축복 같은 고속도로다. 일단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진입만 하면 단 40분 만에 정체 없이 ‘수도권 아닌 곳’의 풍광을 만나기 때문이다. 특히 영종도 북쪽 신도·시도·모도에 닿으면 마치 남해안의 시골 섬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착각이 느껴진다.

늦잠 뒤 점심을 먹고 출발해도 충분

초겨울 신도·시도·모도의 제일 풍경은 파란 하늘과 검은 개펄의 틈으로 사그라지는 주홍빛 태양이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늦잠을 잔 뒤 점심밥을 먹고 출발해도 충분하다.

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육교에서 바라보이는 개펄.

⊙시도 드라마세트장=삼목선착장에서 세종호를 타고 들어가면 10분 만에 신도에 닿는다. 개펄의 봉긋한 둔덕이 에스(S)자의 물길 사이에 솟았고, 기러기 열댓 마리는 브이(V)자형으로 개펄을 가른다. 한 시간도 안 돼 이런 곳에 도착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이 서울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5분에 한번씩 ‘우르릉’ 거리고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들뿐.


선착장에서 나와 왼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굽어들면 시도로 이어지는 연륙교다. 시도에는 옹진군 북면사무소가 있다. 신도·시도·모도로 이어지는 삼형제 섬의 읍내쯤 되는 마을이다. 면사무소에서 북도면 여행 안내서를 받는다.

시도 북쪽 해안에는 드라마 <슬픈연가>와 <풀하우스> 세트장이 있다. <슬픈연가>는 해안 절벽에, <풀하우스>는 수기 해변 모래사장에 지어진 아름다운 해변 주택이다. 두 세트장을 잇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강화도 마리산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모래의 양감이 느껴지는 길이다. 오후 서너 시, 해는 마리산을 보석처럼 비춘다.

모도 갈대습지의 연못에는 해가 저무는 적청색 하늘이 머문다.
⊙모도 갈대습지=다시 시도에서 연륙교를 건너면 모도다. 포구를 지나면 갈대습지가 나타난다. 갈대 습지 연못에는 해가 저물어가는 적청색 하늘이 있고, 그 위로 백색 구름이 흘러간다. 갈대는 해가 저무는 하늘로도 솟았고 연못 속에 담긴 하늘로도 솟았다. 데칼코마니처럼 찍힌 갈대숲을 바라보며 한참을 연못 옆에 앉아 있었다. 해가 사위면서 연못 속 파란 하늘은 슬금슬금 마수 같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밀물과 썰물은 개펄에 에스(S)자의 물길을 만들고 둔덕을 세운다.
⊙배미꾸미 조각공원=갈대습지에서 오른쪽 고개를 넘어가면 배미꾸미 해변이다. 배 밑구멍처럼 생겨서 배미꾸미다. 개펄이 훤히 드러난 해변에는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있다. 조각가 이일호씨가 개인 작업실로 이용했던 곳인데, 조각공원으로 유명해져 정말로 ‘바닷가 미술관’이 되어 버렸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에는 100여 점의 조각들이 전시됐다. 폭풍우가 치면 조각들이 잠기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조각은 바다와 가까이 있다. 브론즈들의 동작은 기묘하다. 자신의 머리를 꺼내 드는 인체상, 여자 위에서 구멍 뚫린 머리를 돌려 인천공항의 불빛을 바라보는 남자 등. 화려하고 간명하며 몽환적이다. 11월 말 배미꾸미 개펄에서 해 지는 시각은 오후 5시30분쯤이다. 주홍빛 태양은 조각들한테 생기를 불어 넣는다. 만조 때 바람이 심하면 조각 밑에서 파도가 친다고 한다.

배미꾸미 조각공원. 멀리 인천공항의 불빛이 보인다.
몽환적인 배미꾸미, 조각에서 파도가 친다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하룻밤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은 2005년부터 카페와 펜션을 겸하고 있다. 최유정 공원 조각실장은 “주로 한번 왔다 간 사람이 다시 온다”고 말했다. 떠들썩하지 않아서 해넘이를 조용히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저녁 6시30분 영종도로 돌아가는 막배가 떠나면, 신도·시도·모도는 이튿날 아침까지 11시간 동안 세상과 고립된다. 막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해가 지자마자 서둘러 배미꾸미를 떠나야 한다. 신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풍경이 또 차를 멈추게 한다. 모도 포구의 민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별처럼 총총하다.

신도·시도·모도(인천)=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모도 포구의 불빛이 별처럼 총총 박힌다.

신도·시도·모도 여행쪽지

통통배 대신 연륙교

신도·시도·모도 지도
⊙동남아 휴양지에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란 게 있다. 통통배를 빌려 작은 산호초 섬 몇 곳을 하루에 둘러보는 것인데, 신도·시도·모도야말로 ‘한국식 아일랜드 호핑 투어’라고 할 만하다. 다만 통통배 대신 연륙교가 세 섬을 이어주고 은빛 모래사장 대신 파문이 남긴 개펄이 있다.

⊙신도·시도·모도의 나들이 테마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수도권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장봉도까지 묶을 수 있고, 오후에 출발하면 신도·시도·모도를 다녀올 수 있다. 모도 옆의 장봉도는 옹암·한들·진촌 해변 등 고운 모래가 유명한 섬이다. 장봉도까지는 연륙교로 이어지지 않아 신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신도로 가는 배가 떠나는 영종도 삼목선착장은 인천공항고속도로 화물청사 나들목에서 나와 북쪽 방조제 도로를 따라가면 나온다. 신도선착장과 장봉도에 가는 세종호는 매시 10분에 출발한다. 삼목선착장 출발 첫 배 아침 7시10분, 막배 저녁 6시10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선착장까지 1.5㎞, 10분 걸린다. 세종호는 신도에 10분 쉬었다가 매시 30분 장봉도로 향한다. 신도에서 삼목으로 돌아오는 막배는 저녁 6시30분이다. 신도에서 돌아올 때 왕복 뱃삯을 치른다. 어른 3천원, 어른 1명 포함 승용차 2만원. (032)884-4155.

⊙신도·시도·모도는 터가 좁아 자전거로 둘러보기에 좋다. 신도에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을 출발하는 신시도 공영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버스는 신도·시도·모도를 한 바퀴 돈다. 어른 1천원. 하지만 배미꾸미 해변에서 해넘이를 감상하고 당일 막배를 타고 돌아오려면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에서 운영하는 펜션의 객실은 다섯이다. 방 네 곳은 바다가 보인다. 주말에는 방이 차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 둔다. 바다가 보이는 커플룸은 주말 8만원, 가족룸은 10만원이다. 최대 20명이 자는 단체룸도 있다. www.baemikumipension.com, (032)752-7215.


모두 해넘이가 멋져요

을왕리·왕산리 등 영종도의 다른 당일치기 코스

영종도는 원래 영종도와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등 네 개의 섬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각 섬을 매립해 한 개의 섬으로 합쳐졌다.

그 때보다 아름다운 풍광은 덜 하지만, 그래도 영종도 일대는 수도권 당일치기 여행의 최적 코스다. 전통적인 엠티 장소였던 을왕·왕산리 해변과 몇 년 전부터 발길을 타는 무의도, 실미도가 대표적이다. 모두 겨울바다의 해넘이가 멋지다.

을왕리 해변은 주말이면 조개구이나 회를 먹는 사람들로 붐빈다. 횟집, 노래방, 술집 등 번화가가 형성돼 신도·시도·모도 같은 한적함은 예전에 사라졌지만, 백사장으로 떨어지는 해넘이 풍경은 그에 못지않다. 을왕리 바로 옆 해변인 왕산리는 덜 북적이므로 인파를 피하려는 이에게 추천한다. 선녀바위, 마시란 해변도 찾을 만 하다.

무의도는 잠진도선착장에서 배가 뜬다. 10분 걸린다. 하나개해수욕장이나 실미해수욕장에서 겨울바다를 보거나 영종도를 중심으로 한 서해 내해를 굽어보는 등산 길이 좋다. 하나개해수욕장 근처 산림욕장에서 출발해 호룡곡산(246m), 국사봉(230m)을 연결하는 산행 코스다. 영화 <실미도>를 찍은 실미도는 무의도에서 바닷길이 열릴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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