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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05 20:50 수정 : 2007.12.05 20:59

치어리더를 보호하라

[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프로농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구단의 실력이 평준화된 덕에 더욱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 한국 프로농구는 갈수록 재밌어진다. 마이클 조던이 코트에서 사라진 이후 엔비에이(NBA)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거나 NBA 선수들의 이름 외우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케이비엘(KBL)에 흥미를 붙여볼 만하다. 좋은 선수들도 많아졌고 플레이도 화려해졌다. 예전의 한국 농구가 단순하고 강직한 이소룡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성룡에 가까워졌다. 덩크나 앨리웁(alleyoop)도 자주 볼 수 있고, 비하인드 백 패스, 노룩 패스, 총알 같은 속공 등 NBA 부럽지 않은 (뭐, 조금 부럽긴 하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스포츠가 그렇지 않겠는가만은 특히) 농구는 텔레비전보다는 경기장에서 봐야 제 맛을 느낀다.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농구장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관중을 사로잡는 것은 소리다. ‘끼익, 끽’ 하며 선수들의 신발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나 ‘탕, 탕’ 농구공이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소리, ‘흡, 휴’ 하는 선수들의 가쁜 숨소리가 함께 모여 농구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수들의 액션이 아무리 멋져도 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제 맛이 살지 않는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볼 때면 관중의 함성이 너무 크게 들려 이 소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김중혁의 액션시대
경기장에서 농구를 볼 때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이상하게 치어리더들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쭉쭉 뻗은 다리나 빵빵한 가슴이나 화사한 얼굴을 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치어리더들이 앉아 있는 자리가 문제다. 치어리더들은 대개 골대 바로 아래쪽에 앉아 있다. 짧은 작전타임 때 곧바로 경기장에 뛰어들어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려면 최대한 가까이 앉아 있는 게 좋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가깝다.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과 부딪치기 십상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가끔 선수들과 충돌하기도 한다. “꺄악, 아무개 선수, 부딪쳐서 너무 반가워요.” “이런, 저도 좋았어요. 당신의 빵빵한 가슴이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군요.” 이런 식의 대화를 기대하는 것일까? 선수와 치어리더의 자연스런 만남을 유도하기 위해 자리를 그렇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한 명 크게 다치기 전에 치어리더가 앉는 자리를 바꿔주길 바란다. 농구장의 꽃인 치어리더들을 보호해 주기 바란다.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경기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저 선수가 치어리더와 부딪칠까봐 경기에 전념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치어리더와 농구선수가 경기장에서 우연히 부딪쳐 결혼에 골인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내 주장을 곧바로 철회하겠지만.

김중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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