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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표지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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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책장 정리를 하다 옛날 책들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곤 한다. 책을 겉만 보고 평가하는 일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노릇이지만, 무릇 독자란 책을 읽기 전에 표지부터 본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듯한 책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쁜’ 표지가 좋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로 깊은 인상을 받고, 책을 읽은 뒤 내용과 어울리는 표지 디자인에 다시금 탄복하게 하는 표지는 그 자체로 좋은 편집의 일부다. 출판계의 영원한 타깃층인 ‘20대 여성’ 독자 중에는 표지만으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으니 말 다했다.
계간 〈GRAPHIC(그래픽)〉 4호에서는 한국 북디자이너 21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잡지의 앞표지부터 뒷표지까지, 모두 책 표지 이미지와 북디자이너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예쁘다, 아름답다, 멋지다, 놀랍다 등의 감탄사를 절로 뱉어내게 했던 책 표지들이 시원한 판형의 잡지에 쉬지 않고 등장한다. 책 내용만큼이나 도발적이어서 즐거웠던 <앤디 워홀의 철학> 표지, 근대 여성 풍속사 책에 어울리는 다소 키치한 느낌의 복고풍(이라기보다는 당대 ‘재현’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의 <신여성> 표지, 이미지도 화려한 장식도 없이 묵묵히 제목을 뱉어내는 <전태일 평전> 표지, 최고로 세련된 전기 표지임에 분명한 을유문화사의 <히치콕>과 <자코메티> 표지, 제목과 어우러져 독자에게 장난을 치는 듯한 <원숭이는 왜 철학 교사가 될 수 없을까> 표지. 집에 있는 책 몇 권을 다시 꺼내 표지를 살피고 다시 책을 읽고 싶다는 유혹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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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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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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