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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작은 물의 정원, 스킨답서스 사이의 개구리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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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서해 점박이물범의 앙증맞은 손가락과 꼬리를 본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 이 녀석들은 잠시 바위로 놀러 온 물짐승이 아니라, 물에 놀러갔다 아예 눌러앉아 버린 뭍짐승이구나. 그러니까 연못 속의 올챙이가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 하며 뭍으로 기어나올 수도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이다. 정원사들 역시 뭍의 도락에 만족하지 못하고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수상낙원을 만들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30층 건물 높이의 테라스로 물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기술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자고로 물을 다루지 못하면 정원을 가꿀 수 없었고, 물 스스로 뛰어놀게 하지 못하면 진정한 정원이라 으스댈 수 없었다. 폼페이의 화산재 아래 발견된 집안의 샘터, 베르사이유의 웅장한 폭포, 교토 쇼잔정원의 축소된 폭포 …. 화초 시장을 물방개처럼 들락거리는 내가 어항가게 앞에 늘어선 수초들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의도 공원 연못을 뒤덮은 개구리밥과 꽃들에 반한 게 결정적이었다. 나는 직접 베란다에 물의 정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제일 싼 부레옥잠으로부터 시작했다. 세계 10대 문제 잡초로 불릴 만큼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는데, 확실히 햇빛과 물만으로 열심히 새끼를 불려갔다. 물그릇이 점점 커지면서 분수대도 만들어보자며 수중 모터를 샀는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때 아닌 소나기를 맞기도 했다. 제일 큰 프로젝트는 골목길에서 주운 플라스틱 욕조의 배수구를 막고, 기한이 지난 정수기 필터를 기하학적으로 연결해, 베란다 안의 화초들에 자동 급수가 되도록 하는 대운하 사업이었다. 한쪽 귀퉁이에는 진흙 화분을 만들어 파피루스 씨앗도 심었다. 멀쩡한 욕조를 버린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바닥이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고, 베란다는 한순간에 ‘물 위의 암스테르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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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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