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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의 말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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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대선이 코앞이다. 후보들의 말을 가만히 듣다보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고, 그래도 저 후보보다는 ‘내’가 낫다는 상대적인 평가도 있다. 결국은 ‘나’에게로 다 모인다는 확신에 찬 예언도 있다. 당신들(국민들)의 살림살이 어쩌고 하는 말들도, 그간 얼마나 고되고 어려웠냐는 위로도 따져보면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나’를 선택하라로 귀결된다. 사실, 선거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역량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그렇게 ‘나’를 내세우는 것. 그래서인지 모든 선거의 후보는 자신과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역량을 적당히(혹은 엄청나게) 가감하여 말해야 하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식의 선거로는 결코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고래로 우리는 동리의 촌장을 하나 뽑을 때도 촌장 하겠다고 나서거나 덤벼드는 사람을 선택하기 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중론을 먼저 모으고 그에 합당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제발 이 마을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또 그런 부탁을 받은 사람은 몇 차례고 사양하며 겸손과 양보의 미덕을 보이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승낙하는 그런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었다. 자, 보자.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를 뽑아달라는 아우성 대신 ‘우리’의 선택과 또 ‘우리’를 고민하는 모습이 있다. ‘나’를 뽑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협박 따위는 당연히 없다. 요즘 쏟아지는 대선후보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지금 막장이구나 싶다. 아니 이렇게 위태로운 나라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할 뿐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렇게 위태로운 현실을 구원해줄 슈퍼맨이 무려 12명이나 동시다발적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중에 진짜 슈퍼맨을 가려내야 한다. ‘나’ 말고 ‘우리’를 말하는 사람 말이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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