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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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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시핑뉴스>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media 2.0 펴냄.
배가 항해 중에 폭풍우 따위를 만나 부서지거나 뒤집히는 것을 난파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모든 배가 난파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선을 다하고 남을 배려한다고 난파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시핑뉴스>의 주인공 쿼일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쿼일은 뚱뚱한 얼뜨기였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아무하고나 잠을 자더니 사고로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 삼류 신문기자로 살았다. 그는 괴로울 때면 멍하니 자신의 상황을 신문 헤드라인처럼 구성하곤 했다. 그 헤드라인에는 비극뿐이다. “집 나간 엄마, 자식 유괴해”, “남자, 상심하여 죽다” 같은.
이 뚱뚱하고 굼뜬, 요령부득의 중년 남자 이야기가 왜 매력적인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쿼일의 삶은 난파, 난파, 난파를 거듭한다. 아내가 죽고 나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 그가 고모와 딸 둘을 데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뉴펀들랜드로 향했을 때, 그곳에는 시시껄렁한 일자리와 불모지가 있었다. 울적한 일의 연속인데 책장은 야금야금 잘도 넘어간다. 쿼일의 삶이 멋지지는 않지만 생판 남의 것처럼 멀고 낯설지도 않기 때문이다. 더럽게 되는 일이 없고, 사들이는 물건은 늘 엉망이고, 희망을 가지려고 발버둥치면 어느새 전보다 나쁜 상황에 몸을 묻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쿼일의 삶은 따뜻해진다. 상황은 그대로인데도. 쿼일은 그렇게, 내가 냉소하던 무언가를 믿게 만든다. 사랑이나 희망처럼, 온전히 제힘으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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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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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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