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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21:16 수정 : 2007.12.13 14:40

883R은 할리데이비슨에서 가장 다루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매거진 Esc] 오빠 달려~

오색찬란한 천만 가지 모터사이클의 장점 중에는 경제적이라거나,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등의 실용적인 면도 많지만 그 본질에는 항상 ‘멋’이라는 게 있다.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패션 스쿠터 붐이 일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베스파 열병을 앓았고, 일본은 지금 빅스쿠터 튜닝 축제에 푹 빠져 있다. 미국의 대륙 횡단 캠핑이나 유럽의 투어링 역사도 그 깊이가 상당하다.

모터사이클이 주는 멋이란 아무래도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것이다. 자궁 속에서 보호받는 듯한 자동차가 여성에, 외부 세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바이크가 남자에 비교되듯이 모터사이클은 ‘외부로의 노출’이라는 위험만큼 남성스런 진한 멋과 맛을 제공한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흔히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 바이크를 타기 힘들다며 ‘모터사이클 예찬론’을 일축한다. 하지만 자동차만큼 외부 환경을 거스르는 문명의 이기가 또 있던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지면 쉬어 가게 되는 모터사이클의 자연에 대한 순종은 원래 그것들이 가진 본질이다. 그것이 한 번 시작하면 다시는 못 끊게 만드는 모터사이클 라이프의 중독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경찰 바이크로 유명해진 할리데이비슨은 단연 가장 진한 농도를 자랑한다. 흔히들 할리의 엔진 보고 ‘살아 숨 쉬는 것 같다’고 한다. 꺼질 듯 말 듯 ‘두둥 두둥’ 하는 엇박자로 숨 쉬는 엔진은 프레임 안에서 홀로 요동친다. 마치 심장이 뛰듯, 냉각수 없이 그저 시원한 바람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이 철 덩어리 심장은 벌써 100년을 넘게 한 형태로 살아 왔다. 참으로 대단한 고집이다. 덕분에 몇 년 전부터 미국 제 1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가장 앞서 미국적인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도 할리 데이비슨이다. 미국의 수많은 제조업체가 몰락하는 과정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본의 어느 로봇보다도 더 사람 같은 철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이들의 고집과 집념이, 사람들 마음속 밑바닥의 무언가를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잘 모르는 남자들에게도 “나중에는 꼭 한번 할리를 타고 싶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멋은 장구류나 스타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사람에 있어서의 멋이란 그보다 한참 위에 있는 개념이다.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은 그저 자연스레 따라올 뿐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막내둥이 883R은 말 그대로 심장의 크기가 883cc라는 뜻. 스포스터(Sportster)라는 닉네임처럼 다른 기종보다 훨씬 경쾌한 달리기 성능과 스포티한 핸들링을 자랑한다. 가볍고 날렵한 할리데이비슨. 젊었을 때 타야 할, 최소 5년은 즐거울 장난감이다.

임유수/월간 <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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