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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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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만사 오케이〉다이라 아스코 지음, 북폴리오 펴냄 “만사 오케이”처럼 비장미 없는 말도 드물다. ‘만사’가 ‘오케이’ 할 리 없는 게 사람살이건만 그렇게 말한다는 것부터가 어느 한구석은 체념하고 어느 한구석은 낙관해버린 뒤 그 전체를 뭉뚱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사 오케이”가 가훈처럼 가족 구성원의 행동으로 옮겨지는 집안은 어떤 분위기일까. 큰일이 나도 멀뚱, 속이 상해도 그저 갸웃. 중대 발표가 있을 때도 다들 옆집 불구경하듯 한다. 가타오카 가족이 딱 그런 경우다. 가타오카 쓰미코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날, 엄마가 집을 나갔다.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오니 텔레비전을 보던 아빠가 그렇게 불쑥 말을 꺼냈다. 이혼하는 것도 아니라니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가타오카 집안의 큰딸 쓰미코는 정작 방에 들어가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버지가 졸업식 끝내고 어디 있다 왔느냐고 묻지 않아서다. 쓸데없이 변명하다가, 남자친구의 침대를 삐걱거리게 한 일의 여운이 몸에서 사라질까 걱정해서다. 아버지는 귀찮거나 싫은 일은 무조건 못 본 척부터 한다. 아버지와 큰딸만 그런 게 아니다. 작은딸 리쓰코는 자신이 좋은 학교에 들어간 상황에 도시락 싸 줄 엄마가 없어진 게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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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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