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19 18:16 수정 : 2007.12.19 18:16

〈만사 오케이〉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만사 오케이〉
다이라 아스코 지음, 북폴리오 펴냄

“만사 오케이”처럼 비장미 없는 말도 드물다. ‘만사’가 ‘오케이’ 할 리 없는 게 사람살이건만 그렇게 말한다는 것부터가 어느 한구석은 체념하고 어느 한구석은 낙관해버린 뒤 그 전체를 뭉뚱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사 오케이”가 가훈처럼 가족 구성원의 행동으로 옮겨지는 집안은 어떤 분위기일까. 큰일이 나도 멀뚱, 속이 상해도 그저 갸웃. 중대 발표가 있을 때도 다들 옆집 불구경하듯 한다. 가타오카 가족이 딱 그런 경우다.

가타오카 쓰미코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날, 엄마가 집을 나갔다.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오니 텔레비전을 보던 아빠가 그렇게 불쑥 말을 꺼냈다. 이혼하는 것도 아니라니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가타오카 집안의 큰딸 쓰미코는 정작 방에 들어가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버지가 졸업식 끝내고 어디 있다 왔느냐고 묻지 않아서다. 쓸데없이 변명하다가, 남자친구의 침대를 삐걱거리게 한 일의 여운이 몸에서 사라질까 걱정해서다. 아버지는 귀찮거나 싫은 일은 무조건 못 본 척부터 한다. 아버지와 큰딸만 그런 게 아니다. 작은딸 리쓰코는 자신이 좋은 학교에 들어간 상황에 도시락 싸 줄 엄마가 없어진 게 못마땅하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만사 오케이>를 읽으며 킬킬대게 되는 이유는, 가타오카 집안의 어이없는 호쾌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주변 사람들의 쓸데없는 오지랖 때문이기도 하다. 남의 일에는 어찌나 할 말들이 많은지 젓가락 숟가락 다 들이밀고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안달이다. 가타오카 집안처럼 “무심한 듯 쉬크”하게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도 없다 싶은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멋대로인 듯한 와중에도 그들이 가족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집에 돌아가는 건 지친 후에라도 좋아. 집은 그럴 때 필요한 거니까. 돌아간다는 건 그런 거니까.”

어떻게 사는 게 옳다는 정답은 없다. 남이 뭐라건 자기 좋은 대로 살면 족하다. 하지만 다이라 아스코의 생각처럼 행복한 개인이 있어야 행복한 가족이 가능해진다. 뭐, 요즘 세상을 보면 행복한 개인만 있고 행복한 가족이 없어지는 세태를 걱정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만.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