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싸이가 재입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싸이야말로 김광석의 적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를 쓰게 생겼으니 말이다. 산업체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했던 35개월의 ‘그날들’에 대해 나름 억울함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년 9월쯤에는 일병 2호봉쯤의 신분으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볼 수도 있지 않은가. 또 20개월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희준이 20개월 만에 모든 네거티브 이미지를 싹 지우고 다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중계소에는 싸이와 문희준을 초대하기로 했다. 아, 싸이는 중계소 사상 처음으로 2회 출연이다.
싸이는 갔고, 문희준은 돌아왔다. 평범한 가수이기를 거부했던 싸이와 평범한 아이돌을 거부했던 문희준은 군입대 하나를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제법 노는 쿨한 아이’ 이미지로 광고까지 찍었던 싸이는 군대 문제 때문에 자기도 말했듯이 ‘구질구질한 아이’로 남아버렸고, ‘어딘가 이상한 아이’였던 문희준은 성실한 군생활 하나로 겹겹이 쌓인 ‘안티 논쟁’에서 벗어났다. 연말을 앞두고 희비는 더 극명하게 갈렸다. 대체복무 기간 중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콘서트의 달인’ 싸이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군대에서 보내게 됐고, 뭘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문희준은 이번 연말 콘서트를 그 어느 때보다 ‘짠하게’ 할 예정이다. 사람 일은 길게 봐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안인용 기자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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