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서.
|
[매거진 Esc] 허시명의 알코올 트래블
과메기·영덕 대게에서 고래고기까지 포항과 영덕에서의 푸짐한 안주 여행
세밑새해는 어디서 보낼까? 그런 구상을 하다가 포항 영덕을 여행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술꾼 한 사람을 만났다. 술을 어찌나 마셔대는지, 그의 부인이 술 끊는 굿을 하자고 인근에 소문난 사과보살을 찾아간 적이 있다고 했다. 사과보살은 시장에서 사과 장사를 하다가 손님들에게 툭툭 던진 말이 신통하게 들어맞아, 아예 자리를 편 인물이었다.
![]() |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
![]() |
칠보산 칠보주와 양미리찜과 제피김치.
|
육고기와 생선 맛을 머금은 묘한 맛
사과보살은 굿을 하려면, 돈 300만원에 됫병소주 다섯 병을 가져오라고 했다. 굿은 경을 읽고 목탁을 치고 다섯 시간이나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술꾼(박아무개씨, 답답하다, 이름을 만천하에 밝혀 그의 술버릇을 고쳐놓아야 하는데, 자신을 두 번 죽인다고 제발 이름만은 밝히지 말라 한다)에게 꿇어앉으라 하더니, 벌컥벌컥 됫병짜리 다섯 병을 입에 들이붓더라는 것이다. 어찌나 놀랍고 황망하고 숨차던지, 엉겁결에 소주 서너 잔 정도를 넘기긴 했지만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 도착하여 차문을 열자마자 술생각이 다시 났고, 양심이 있어 차마 그날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300만원이 술병으로 환산되어 폭음한 뒤끝처럼 속이 쓰렸다고 했다.
술꾼이 있어서였는지 안주가 넘쳐나서였는지, 포항 영덕을 여행하면서 자꾸 술생각이 났다. 내게는 밥 없이 나오는 반찬이나 요리가 죄다 안주로 보이는데, 이틀 동안 맛본 안주는 구룡포 덕장의 과메기, 포항 죽도시장의 고래고기, 강구항의 영덕 대게, 그리고 통통한 양미리였다.
![]() |
쪄낸 영덕대게.
|
![]() |
과메기 안주에 술 한 잔.
|
영덕대게는 우리네 바닷가에서 맛보는 가장 비싼 안주일 것이다. 완장 차듯 발찌가 붙은 대게는 선주협회에서 공인하는 품종으로 한 마리에 싼 것은 5만원, 비싼 것은 20만원 정도 한다. 하지만 한 마리에 1만원하는 영덕대게도 있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대게 살을 파먹고 또 술 한 잔을 마시니 안주와 술의 역할이 바뀌어, 술이 생선살로 가득 찬 뱃속을 다스려준다.
비릿한 맛 날려버려준 ‘제피김치’
![]() |
허시명의 알코올 트래블
|
허시명 여행작가·술품평가 twojobs@empal.com
![]() |
고래고기 한 접시.
|
광고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