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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3:59 수정 : 2007.12.27 13:59

<토끼 드롭스>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토끼 드롭스>
우니타 유미 지음, 애니북스 펴냄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쇼’ 광고는 아이가 아픈 척하고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 엄마 이야기를 다뤘다. “거 참 너무하네” 하며 웃어 넘기는 미혼들, 아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엄마 직딩”들은 하나같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피면 그 분노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동료의 화장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면 피곤함을 감추기 위한, 다크서클을 감추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숨이 두 배로 늘었다면? 보육원에 맡긴 아이가 감기 기운으로 콜록거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 보는 일만으로 24시간이 빠듯한데, 회사 일과 살림과 잠자는 일에 시간을 나누어주고 나면 바쁘고 몸이 고단한 건 둘째치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쩔 줄 모르는 경우도 흔히 본다.

여자만 그런 일을 겪으라는 법은 없다. 우니타 유미의 <토끼 드롭스>를 보면 그렇다. 주인공 다이키치는 외할아버지가, 혼자 살던 방년 79살의 외할아버지가 가족들 몰래 첩을 두고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키치에게는 사실 이모뻘인 여섯살 소녀의 이름은 린. 린은 외할아버지를 빼다 박은 다이키치를 유난히 따른다. 다이키치는 친척들이 린의 존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기가 데리고 있겠다고 말해버린다. 나이 서른의 미혼 남자 다이키치가 졸지에 육아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그렇다. 항상 마소처럼 죽어라 일하고 돼지처럼 마시던 다이키치는 이제 집안에서 담배도 못 피우고 린을 보낼 보육원 문제로 잠을 설치며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보육원에서 다른 아이들을 만난 린은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꾸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토끼 드롭스>는 단순한 이야기와 시원시원한 그림 덕분에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만화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담고 있는 내용마저 쉽고 우습기만 한 건 아니다. 특히 다이키치가 육아 문제로 이직을 고민할 때가 그렇다. 다이키치는 야근을 하지 않는 부서로 전출을 요청하는데, 그 얘기를 들은 동료, 후배가 자꾸 안 된다며 항의한다. 하지만 “나 없어도 돌아가는” 게 회사라면 “나 없이는 안되는” 게 육아다. 그런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더없는 투자가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보다 나은.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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