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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4:48 수정 : 2007.12.27 14:48

사와지리 에리카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세 치 혀가 운명을 바꾼다는 말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의 이름은 사와지리 에리카(사진). 지난 9월 영화 <클로즈드 노트>의 개봉을 알리는 시사회 현장. 주연배우로 무대 인사에 나선 그가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은 점점 싸늘함에 휩싸이며 공포 분위기로 변해 갔다. 참고로 <클로즈드 노트>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이날 그가 사용한 단 두 단어로 그는 송두리째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상기된 목소리의 사회자가 “이번 영화촬영 현장에서 어떤 특별한 추억이 있으셨는지요?”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냉랭한 목소리의 에리카가 대답했다. “別に。”(べつに, 베쓰니) 사회자는 그의 불손한 태도에 ‘급’ 당황했지만 나름의 프로정신을 발휘해 상황을 수습하고자 애썼다. “아, 그렇군요~(당황). 그렇다면 특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이라든지 있습니까?” 에리카가 또 짧게 대답했다. “特に。”(とくに, 도쿠니) 장내 침묵. ‘別に’(べつに, 베쓰니)는 ‘별로’라는 뜻으로 그는 영화현장에 ‘별로’ 추억이 남지 않았나 보다. ‘特に’(とくに, 도쿠니)는 ‘특별히’라는 뜻으로 ‘특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도 없다는 뜻이다.

일종의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연예인 신분으로 저런 대답은 대중들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공식 석상에서 문장을 다 완성하지도 않고, 짧게 끊어 말하는 아주 버릇없는 어법을 구사하지 않았는가! 드라마 <1리터의 눈물>을 비롯해 영화 <박치기>에 이르기까지 출연작만 놓고 보면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야 할 그이지만 이날의 비호감 발언으로 갓 스물하나의 사와지리 에리카는 하루아침에 ‘퇴출시키고 싶은 연예인 1위’가 됐다. 다음날 눈물의 사죄 회견을 한 방송사에서 독점으로 취재해 내보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2008년에는 세 치 혀를 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은 ‘おまけに。’(오마케니). ‘오마케’는 우리말로 ‘덤’이라는 뜻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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