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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벌레가 되자, 100권에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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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죽기 전에 꿈을 현실로, 2008년 새해를 맞는 50인의 50가지 선택
1. 책 벌레가 되자,
100권에 도전하자

올해도 나의 목표는 책 100권 읽기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0년째 해오던 것이다. 물론 지난해에 초과달성을 했으니, 올해도 낙관적이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일기장 뒤에다가 목록표를 만든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 추천할 만한 책이 있느냐, 무슨 책이 좋다더냐 묻고 다닌다. 추천받은 책과 출판사 이름을 목록표에 적은 뒤 맨 왼쪽에다가 표시칸을 만든다. 체크가 되면 읽은 거고, 체크가 안 되면 읽지 않은 거다.
책을 읽을 때는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책에도 주식·부식·간식이 있다. 너무 말랑말랑한 책만 읽어선 안 되고, 딱딱한 책만 읽어서도 안 된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두꺼운 책에도 도전한다. 남들이 허접하다고 취급하는 책도 챙긴다. 그 책 목록이 한두권씩 체크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건 결코 아니다. 누구든지 자기에게 딱 맞는 독서목록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책벌레가 될 수 있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2. 원없는 포옹 통해 결핍감 치유하기

내 꿈은 산동네에 ‘포옹 대안학교’를 세우고 하루 내내 아이들을 꼭 안아주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최소한의 학습이나 특별한 놀이는 다른 이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아이들을 안아주는 선생님이고 싶다. 아마도 어린 시절 스킨십의 부재에서 비롯한 절박한 꿈일 것이라고 자가진단하고 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스킨십을 경험한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남편과 걸을 때 난 단지 손을 잡은 것뿐인데 상대편에선 팔에 매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단다. 어려서 언니와 걸을 때도 늘상 듣던 소리가 “팔 떨어진다, 제발 손을 잡아라”였다. 원없는 포옹을 통해 아이들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바닥모를 내 촉감의 결핍도 치유하기,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포옹 대안학교’와 관련된 내 꿈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3. 책을 좀더 자주 선물합시다

연말 모임에서 어떤 분이 책을 주셨습니다. 겸연쩍어하며 나눠주는 선물이 참 고맙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래 사귀지 않았지만, 이런 나눔이 만남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주고받는 건 늘 기분이 좋습니다. 누구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뭔가 사려고 이리저리 둘러볼 때처럼 행복하고 설레는 일이 있던가요? 이렇게 마음을 정해보면 어떨까요? 책을 좀더 자주 선물하는 겁니다. 사랑하고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책 선물을 하는 거죠. 받은 사람이 혹 지하철에서 꺼내 읽고, 옆자리 이웃까지 흘끗 보면서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의 효과가 어디 있겠습니까? 거칠고 삭막한 시절 책만큼 미래에 대한 신뢰,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화시켜줄 무기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벼락 같은 이성의 도끼질, 비수 같은 감수성의 대패질을 위한 무기 말이죠.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4. 하루 6시간 ‘로그아웃’ 사수

“인생은 ‘로그아웃’에 있다.” 2008년 내가 붙들고 있는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을 로그인 상태에서 보냈으니 이런 말에 ‘꽂힐’ 만도 하다. 새해에 나는 로그아웃 해서 인생을 되찾을 테다.
실천방침은 이렇다. 하루 6시간 로그아웃 사수하기. 물론 깨어있으면서 로그아웃해 있는 시간이 6시간이어야 한다. 주말엔 하루 12시간 로그아웃. 즉, 주중 30시간, 주말 24시간. 나는 일주일에 54시간씩 2007년엔 없었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럼 뭘 할까. 온라인에 있는 지식이 아닌 오프라인에 있는 지식을 습득하겠다. 블로그에 있는 이국 풍경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제주의 오름을 보겠다. 그리고 포털에서 댓글 읽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의 수다를 듣겠다. 멋지지 않은가. 2008년, 벌써 설렌다.
고준성/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실장
5. 비보잉의 세계로, 탑락부터

“아빠, 할 수 있겠어요?” 내가 비보잉을 배우겠다고 하자, 딸아이는 곧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겐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이 있는데, 얘들이 비나 세븐을 보면서 열광할 때마다, 나는 거기에 끼지 못해 약간의 질투와 서운함이 느껴졌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비보이의 공연을 보고 난 뒤 격렬하고 화려한 저 춤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엔 비보잉에서 기초 중의 기초라는 ‘탑락’ 스텝부터 제대로! 비보잉의 꽃인 ‘파워무브’까지 출 수 있다면 마라톤 ‘서브스리’의 꿈은 접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애들한테 ‘바쁜 아빠’ 대신 ‘젊은 아빠’ 소리를 듣고 싶다.
원희룡/국회의원
6. 박수 받는 유쾌한 ‘커밍아웃’

‘커밍아웃’ 파티를 열고 싶다.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는 것뿐 아니라 오랫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고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는 유쾌한 자리를 만들어 보는 거다. 2007년 눈물의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 갔다. 사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보다 ‘대학 때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대졸이 되는 식으로 ‘어어’ 하거나 가만있다가 이대 나온 여자 되고, 서울 출신 되고 그런 사람들도 많지 않나. 그러다 보면 아니라고 터놓고 말할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거다. ‘저 사실 고졸이에요’ ‘저는 서울 출신이라고 속여왔는데 사실 전라도 출신이에요’ 이런 말을 털어놓으면서 서로 보듬으며 위로를 주고받으려고 한다. 저 비비케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거짓말한 그분도 오셔서 진실을 고백하시면 박수 쳐 드리리다.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7. 나를 맘껏 풀어놓으며 자유롭게

2008년엔 나를 좀더 자유롭게, 지금 이곳에 맘껏 풀어놓고 싶다. ‘그게 뭐가 힘들다고’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왜 나는 순간에 충실하지 못할까…라는 게 어쩌면 2007년을 보내는 날의 화두였다. 나에게는 어떤 얼굴로 닥칠지 모르는 내일을 염려해 늘 한 발씩 주저하고 오늘을 100% 즐기지 못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물건을 살 때도 그렇다. 지금 확 지르면 내일 후회하겠지, 내년에 어떡하라고… 망설인다. 가끔 충동적으로 행동도 하고 지르면서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95%의 만족과 5%의 강렬한 후회로 구성된다면 나는 70% 정도나 행복할까. 삶은 뜨뜻미지근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늘 도망치는 느낌이다. 이제 이런 습관을 버리고 싶다. 순간에 완벽하게 충실하다면, 현재를 미련없이 만끽한다면, 후회도 즐길 만한 무엇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정이현/소설가
8. 세상의 끝 같은 아이슬란드로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스무살 무렵에 아이슬란드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 가봤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유럽 배낭여행을 갈 때 가장 싼 표가 아이슬란드 항공 것이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하루 경유하는 표여서 딱 하루를 그 도시에 묵었는데 그때 봤던 풍경이 무척 비현실적이었다. 사진 같은 데서 흔히 봤던 유럽이나 외국의 풍경이 아니라 <미래소년 코난>에 나올 법한 미래도시-첨단이 아니라 현실 같지 않다는 점에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인데 다시 가서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 보고 싶다. 또 2월에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욕의 내한공연이 있는데 이 공연을 보고 아이슬란드에 가면 그렇게 독특한 여자를 태어나게 한 북쪽 땅의 운명적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된다.
백은하/<매거진t> 편집장
9. 배에 ‘왕’자 새기고 누드비치에

배에 ‘왕(王)’자를 새기고 누드비치에 달려가고 싶다. 그리고 누드비치는 외국에 있는 곳이 아니라 한국에 만들어 보는 거다. 일단 평소 성의 공론화나 개방화에 관심이 많은 박진영스러운 친구를 꼬드긴다. 우리나라에도 누드비치를 허하라고 서명운동을 벌일 것을 재촉한다. 그래서 10만명쯤 채워졌을 때 비겁하게 슬며시 그 명단의 끄트머리에 내 이름을 끼워넣는다. 드디어, 어쩌면, 혹시나, 말도 안 되게 동해안의 후미진 해변이나 제주도에 누드비치가 들어서는 날, 배에 새겨진 ‘왕’ 자를 권상우스럽게 손으로 툭툭 두번 치면서 짠~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죽도록 고생해서 만든 왕 자를 보여주기 전에, 나는 ‘거시기한’, 그러니까 ‘거시기 확대’ 수술을 먼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들기도 한다. ㅎㅎ…
조진국/드라마·시나리오 작가
10. 일본어를 배워 일본에서 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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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배워 일본에서 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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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일본어를 배워 일본에서 연애를 해보고 싶다. 사실 2007년에 세웠던 계획인데 <26년> 시나리오 작업으로 바빠서 이루지 못했다. 왜 굳이 일본까지 가서 연애를? 하고 반문한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한국에서 하도 오랫동안 연애를 못 하다 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 가서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거다. 그렇게 강한 동기부여를 삼고 2007년을 워밍업 삼아 고등학교 때 배우고 잊어버렸던 가타카나도 다시 외우고 일본 영화를 보면서 ‘잘 먹겠습니다’ 등 간단한 말들도 다시 익혔다. 무엇보다 작업에 필요한 용어들이 ‘야동’에 많이 나와서 교육적 차원으로 몇 편 보면서 다양한 의태어와 의성어를 익힐 수도 있었다. 흠흠. 책도 한 권 샀는데 이제는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혼자 책 보면서 공부하기는 힘들 거 같아서 2008년에는 시간을 내 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 그럼 2009년쯤에는 근사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해영/영화감독
11. 프로페셔널 보디빌더들과 한판!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보고 싶다. <개그콘서트> ‘헬스 보이’를 하면서 만든 몸으로 좀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헬스 보이’ 이후로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틈 나는 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운동은 취미생활이 됐다. 그래도 대회까지는 생각 못 해 봤는데 함께 운동하던 트레이너한테서 좀더 연습해서 대회에 나가 볼 생각 없냐는 말을 듣자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물론 입상을 생각하는 건 아니다. 또 보디빌더가 된다고 개그맨 생활이 편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대회에 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재미가 마구마구 샘솟는 것 같다. 무대에 올라가서 프로페셔널 보디빌더들과 겨뤄 보는 것 자체가 정말 뿌듯할 거 같고,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
이승윤/개그맨
12. 돈 안 되는 공부를 제대로 한번

<선인들의 공부법>을 비롯한 몇 권의 ‘공부’에 대한 책을 최근에 읽고 느낀 바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대학입시 준비와 사법시험 준비를 한 것 말고는 대학 때 혼자 사회과학 공부를 한 것, 변호사 생활의 틀이 잡힌 뒤엔 손에 잡히는 대로 산만하게 독서를 한 것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슨 지식인인 양 착각하며 살아왔다. 깊이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독서라는 것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이리저리 헤매 다닌 것에 불과하고, 얻은 것은 보잘것없는 부스러기들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인들이 하듯 사람과 세상과 우주의 이치를 진지하게 탐구하지 않고, 호구지책과 얄팍한 교양을 위한 독서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진짜 공부는 돈이 되는 것,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학위를 받는 것, 세상에서 인정받는 것과 상관이 없고, 스스로 제기하는 온갖 의문에 관하여 해답을 찾아가며 즐거워하고 도를 닦는 과정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2008년을 공부의 기틀을 잡는 해로 만들까 한다. 한창 자식을 공부시킬 나이에 갑자기 무슨 공부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 이모작도 하는 세상 아닌가? 어떤 이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판치는 세상에서 왜 돈 안 되는 짓을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고 인생에서 패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조광희/변호사·영화사 봄 대표
13. 내 정성들인 장맛 보리

올해에는 직접 장을 담가 보고 싶습니다. 평소에 요리를 좋아해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 왔는데 하다 보니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그 재료 자체를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마요네즈나 케첩은 쉽게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종종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것보다 좀더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장을 담가 보고 싶네요. 집이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라 빛도 잘 들고 넓은 옥상도 있으니 장독 몇 개 사서 간장이며 된장이며 고추장이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요리는 역시 장 맛이니까요. 그러면서 틈틈이 두부나 베이컨, 소시지, 모차렐라 치즈 같은 것도 만들고 싶구요. 여러가지 향신료를 조합해 나만의 특제 카레 파우더도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는 이 정도만 해도 꽤 바쁜 한 해가 될 거 같네요.
조경규/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14. 핀터풍의 햄릿을 휘날리리라

대학 시절에 연극반 활동을 했었지만, 그땐 그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를 몰랐다. 그저 무대 위에서 창피나 당하지 않으려고 기계처럼 대사를 외웠을 뿐이다. 어쩌면 연습이나 공연보다 뒤풀이가 더 좋아서 연극반에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들 자리가 잡히면 다시 모여서 제대로 연극을 한번 해 보자고 얘기했었지만, 도대체 언제 자리가 잡힌단 말인가. 어쩌면 대학 시절이 연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온다면? 죽기 전에 과감하게 질러볼 수 있다면? 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연출해 보고 싶다. 우선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해롤드 핀터의 희곡 전집을 다 읽어보겠다. 그리고 나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핀터 스타일로 개작하는 것이다. 핀터만큼 도시인의 감수성을 잘 꿰뚫고 있는 작가가 있을까. 핀터야말로 셰익스피어를 현대적으로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작가다. 핀터가 직접 개작을 해 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핀터의 작품을 모두 읽어서 그의 영혼을 잠시 빌려보는 것이다.
나는 욕심이 많다. 나는 햄릿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배우보다 연출을 원한다. 나의 의지와 충동과 감정을 배우들에게 모두 실어보고 싶다. 나는 햄릿이 되고 오필리어가 되고 거트루드가 되고, 클로어디스가 될 것이다. 그들을 통해서 삶의 위선과 위악과 회의와 충동을 모두 표현하고 싶다. 죽기 전에 내 안에 담겨 있는 감정과 지식의 타래들을 모두 한번 풀어헤쳐보고 싶다. 어쩌면 올해 12월쯤에는 대학로에 <해롤드 핀터 풍의 햄릿> 공연 포스터가 휘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경남/의사·<남극산책> 저자
꼭 떠날거야, 세계 이곳저곳 구석구석
공부하고 몸도 만들고 책도 만들면서
15. 파파쿼터제, 그리고 평화여행!

에구, 에구, 돌아가시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음, 올해엔 제일 먼저 ‘파파쿼터제’를 꼭 해보고 싶은데. 파파쿼터제는 육아휴직의 일정기간을 반드시 남성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야. 양부모 육아참여를 제도화한 거지. 일단 ‘아빠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소 한 달로 의무화하고, 실제적인 사용을 위해서 최소한 한 달 치의 통상급여를 지급하는’ 거지. 한국청년연합회(KYC)가 입법청원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좋은 법안들이 늘 그렇듯이 이 법안도 잠자고 있다네. 으, 한나라당이 국회까지 지배하게 되면 더 통과되기 어렵다고 봐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그동안 육아휴직의 남성 참여비율이 2005년 통계로 2% 밖에 되지 않았어. 그해 육아휴직 사용자 총 10,700명 중에 208명만 남성이었던 거지. 정말 부끄러운 수치 다야. 그치?
나도 귀여운 아가가 하나 있는데, 어째 일하다 보니 육아휴가는커녕 ‘육아휴일’도 제대로 못하고 산다. 정말 소원이 있다면 단 한 달만이라도 아가와 함께 있고 싶어. 물론 평소에도 잘 해야겠지만 육아와 가사에서 성 평등도 반드시 배워보고 싶고, 무엇보다도 우리 아가랑 온몸과 온 맘으로 교감하고 싶단다. “아가야, 올해는 아빠랑 한 번 제대로 살아보자~”
그렇게 한 달이라도 육아휴가를 사용한 다음에는 바로 평화여행을 떠나고 싶어. 육아와 여행, 안 맞는 것 같지만 둘 다 중요해. 가정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가 다 연결돼 있으니까. 부산에서 평양, 중국, 몽골, 러시아 거쳐 마지막으로 파리까지. 2008년엔 베이징까지 일단 갈 수 있다니 참 다행이야. 그동안 철마는 너무 오랫동안 달리지 못했어. 더 많이, 더 빨리, 더 멀리까지 우리 모두 이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미국을 놀러가야지. 여행 도중엔 반드시 조지 부시와 공화당의 매파를 만나서 호소할 거고. 전쟁과 폭력을 당장 중단하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발 벗고 나서라고. 그 다음엔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를 들렀다, 브라질 노동자당도 보고 싶어. 그리고 마지막으론 ‘이상한 나라’ 파타고니아를 꼭 가고 말테야.
안진걸/참여연대 간사·성공회대 엔지오(NGO) 강사
16. 직접 찍고 쓴 포토에세이를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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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고 쓴 포토에세이를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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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업인 소설 쓰기 외에 다른 ‘잡기’가 전혀 없었다. 장기도, 바둑도, 포커도 모른다. 딱히 취미랄 게 없는 삭막한 삶이었다. 그렇게 소설만 십여 년 넘게 쓰니 다른 정신적 출구가 필요했다. 그런 내게 몇 년 전부터 사진 찍기가 ‘일상 탈출법’이 되었다. 최근 사진을 찍는 묘미에 푹 빠져 있다. 시그마 에스디(SD)14가 내 보물이다. 색감을 잡아내는 힘이 좋다. 어릴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나이 먹어 다시 그림 그리기는 어렵고 대신 사진이 그림과 여러 면에서 관련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토샵 작업도 재밌을 것 같았다. 사진을 배우고 나서 날마다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던 것들 속에 숨어 있던 모습들을 발견했다.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된 셈. 사진을 통해 나는 일상에서 탈출한다. 올 2008년엔 내가 찍은 사진에 직접 설명을 덧붙인 포토에세이를 만들고 싶다. 그 꿈에 무척 설렌다.
박상우/소설가
17. 인용문만으로 책을 쓰는 거야

‘죽기 전에 이것만은’을 곰곰 생각해보니, 하나가 떠오른다. 꿈을 가진 지 오래지만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해봤다. 그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인용문만으로 책을 쓰는 것이다. 아니, 쓰는 게 아니라 잘 ‘깁는’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건 발터 벤야민이 해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고 중단된 프로젝트였다. 20여 년 전, 벤야민의 이야기를 듣고, 멋지다 생각했다. 그저 편집(編輯), 잘라 붙이기(cut and paste)가 아니라, 수많은 인용문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수많은 목소리들을 들려주는 책. 겹따옴표와 홑따옴표의 보조적 강조 틀에 갇히지 않고, 인용된 말과 문장들이 스스로 단단한 육체를 이루는 책. 그 인용문이 꼭 책으로부터일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그리섬 반장의 독백에 레닌의 ‘빰쁠렛’ 속 문장들이 따라붙고, 보부아르의 냉정한 뉴욕 체류기에 캐리의 수다가 이어질 수도 있는 것.
물론 그게 일기장을 가득 메운 ‘내가 그은 밑줄’ 따위로 그치면 시시할 것이다. 인용문들이 스스로 명멸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아름다운 질서를 부여해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 로망은 결국 이야기에 대한 것일 테다. 천일의 밤, 이야기를 잣는 세헤라자데에 대한 동경과 질투로 가득한, 그런 로망. 그걸 더 미뤄 ‘노망’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 ‘로망’에 배팅을 해야 할 때다. 그러니, 두고 보자꾸나, 2008년!
진용주/디자인하우스 편집장
18. 백두대간 종주를 결심하다

고등학교 적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그 친구가 총동창회 산악회에서 활동하는데, 나 보고 그러더군요. “백두대간 종주 같이 해보지 않으련?”
나는 산을 좋아해요. 공무원 하면서 건강 삼아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산을 사랑하게 됐죠. 하지만 바쁜 공직생활 탓에 큰 산은 못 갔어요. 세상에! 설악산에 오른 게 1985년 12월이었으니까.
나는 걷는 걸 좋아해요. 틈만 나면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죠. 특히 산에선 말을 하지 않고 걸어요. 침묵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마음을 비워 ‘무아’ 상태로 걷는 거죠. 그리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등산로를 택해요. 등산로가 아닌 곳에도 살짝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고.
내 나이가 쉰아홉이니, 이제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큰맘 먹고 백두대간 종주를 결심했어요. 설악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천천히 내려갈 거예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백두대간에 갈 테니까 올해 안에 완주는 못하겠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끝나겠죠?
오지철/한국관광공사 사장
19. 첫 해외여행, 고교생 딸과 함께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17살이고, 나는 48살입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함께 답사를 다녔어요. 아이에게 인문학을 가르쳐주고 싶었거든요. 아이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 ‘일당 3만원’씩 주면서 데리고 다녔죠.
올해는 딸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딸이 고교 졸업까지 이제 2년밖에 안 남았어요. 대학생이 되면 아빠 말을 듣지 않을 테니까 올해 시작해야죠. 딸도 가고 싶어 해요. “이미 휴학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큰소리 쳐요.
일단 여름방학 때 유럽으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일단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두 달을 잡았어요. 그리고 예산을 좀더 모아서 페루 등 남아메리카로 이어 가려고요.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도시를 둘러보며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우리 부녀의 목표죠. 이번 세계여행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은 ‘외유’랍니다. 나는 여태껏 한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었거든요.
이용재/건축평론가·<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저자
20. 적도 남쪽의 섬들이 궁금하다

지난 여름에 적도를 중심으로 적도 태평양을 다녀왔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겨레21>에도 연재했고, 지금은 책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 타면 경마 잡힌다’고 하죠? 더 연구하다 보니, 역시 적도 남쪽의 타히티나 뉴칼레도니아, 마르케스 같은 섬들이 대항해 시대를 조망하는 데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어요.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지만 이왕에 지난해 북쪽을 조금은 섭렵했으니, 적도 남쪽의 여러 섬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물론 목적은 연구조사지요. 비용과 시간, 그것이 늘 문제일 것 같지만.
주강현/민속학자·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21. 레게와 전주대사습놀이를 함께

전남 담양이나, 충북 제천의 전망 좋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레게와 전주대사습놀이, 그리고 스리랑카나 네팔지역의 민속음악 같은 흙냄새 ‘풀풀’나는 음악 페스티벌을 열고 싶습니다.
항상 페스티벌이 알맹이(퀄러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전시행정’으로 추락하는 게 사실 한국의 사정인데, 그런 거품을 거둬내고 싶어요. 자연과 사람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페스티벌. 참으로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문화의 교류가 아닌가 싶어요.
다른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고향 나라들을 중심으로 선별한다는 것이죠. 그 나라의 문화와 한국의 소리인 대사습놀이, 그리고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레게와 덥(dub·사운드의 실험적 재창조) 음악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겁니다. 동시에 유명한 덥와이저들이 한국이나 그 외 선별된 나라들의 음악을 덥으로 믹스하고 관객과 같이 즐깁니다. 가능하다면 이 페스티벌에서만큼은 대마를 자유롭게 피고 대마에 대한 바른 교육도 동시에 하는 지성적인 페스티벌을 주최해보는 것이 저의 일종의 ‘로망’입니다.
김반장/솔그룹 ‘윈디시티’
22. ‘북한 여행 가이드 북’의 소명

여러 가지 테마의 여행 책과 글을 쓰고 있지만, 꼭 해 보고 싶은 건 바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 인생에서 꼭 해야 할 것 같은 소명처럼 느껴진다.
북한은 물론 아직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배낭여행을 하기엔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문이 열리게 되면 물음표를 안고 있던 많은 이들이 북한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들의 발이 되고 눈이 되어줄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의 하나다. 단순히 명소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가이드북이 아니라, 북한을 여행하는 이들이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해치지 않는 ‘책임여행’을 안내하는 그런 책 말이다. 그리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판으로도 만드는 것이다.(물론 현재 영어로 쓰인 북한 가이드북이 있긴 하다) 북한의 은밀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한반도의 독특한 문화를 세계에 꼭 알리고 싶다.
채지형/여행작가·<지구별 워커홀릭> 저자
23. 한식조리사 2차 시험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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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조리사 2차 시험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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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요리학원을 다니며 한식조리사 자격증시험 1차 필기시험에 붙었다. 그러나 아직껏 2차 실기시험을 못 치렀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주류회사에서 나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느라 정신없었던 까닭이다. 주류회사에 근무할 때 직업과 무관하면서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요리를 좋아해서는 아니다. 요리는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관련이 있다. 내 직장생활은 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은퇴 뒤 내가 쌓아놓은 인맥,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와서 밥 먹고 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름답게 늙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수다도 떨고 사람 사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그런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 꿈을 위해서 올핸 꼭 미루고 미뤘던 한식조리사 자격증 2차 시험에 응시할 것이다.
김상수/홍보대행사 바움커뮤니케이션 사장
24. 실현 가능한 ‘나만의 디즈니랜드’

내 전공·직업과 무관하지만, 건축설계를 배워서 ‘나만의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다. 우선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정원을 만들 것이다. 봄가을을 느낄 수 있도록 조그만 호수도 만들 것이다. 그 너머엔 동산이 있다. 그 동산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을 심는다. 그 앞에는 호수로 이어지도록 작은 시내를 낸다. 집 건물도 여러 채 마련해야 한다. 여름에 지낼 집은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큰 창을 낸다. 반면 ‘겨울집’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한다. 집안은 디즈니랜드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놓는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이면 더 좋을 듯. 이 꿈은 그냥 ‘낭만’만은 아니다. 컴퓨터이용설계(캐드·CAD)를 배워 가상 설계를 해보려 한다.
류중호/한국바텐더아카데미 원장
25. 색소폰 무대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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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무대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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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뭐니 뭐니 해도 악기를 배우고 싶다. 그중에서도 색소폰. 예전에 기타를 배워 봤는데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재미가 없었다. 실력도 늘지 않았다. “하필이면 색소폰이냐”거나 “폼 잡으려고 배우는 거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다. 왜 색소폰이냐고? 다른 악기는 남들이 많이 해서다. 난 남들과 같은 건 싫다. 이미 구체적 수업 계획까지 세워 놨다. 개인 레슨을 해줄 강사만 구하면 된다. 색소폰을 들고 무대에 설 날이 기다려진다. 회원으로 소속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안에 밴드가 있다. 날마다 서류 더미에 빠져 사는 변호사들이 비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라 ‘스트레스’를 날린다. 열심히 배워서 올핸 객원 색소폰 연주자로 무대에 서리라.
송호창/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26. 브라질 무술 ‘주짓수’ 아시나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많지만, 올핸 격투기를 배우고 싶다. 그중에서도 타격기가 아닌 브라질 실전유술 ‘주짓수’를 배우고 싶다.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는 걸 좋아한다. 농구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구기를 좋아한다. 고교 2학년 때부터 힙합 음악을 했는데, 그땐 친구들끼리 운동할 시간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면서 구기를 즐기기 점점 어려워졌다. 사람을 모아야 하는 까닭이다. 할 수 없이 혼자 하는 운동을 찾았다. 그러나 대표적인 ‘나 홀로 운동’인 헬스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동작의 반복뿐이라 심심했다. 그러다 윤동식 선수가 ‘암바’(팔꿈치 관절을 꺾는 기술)로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들을 누르는 모습을 봤다. 에픽하이 활동 초기에 복싱을 잠시 배웠다. 윤 선수가 이러저리 몸을 굴리며 기술을 거는 ‘유술’은 직접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보다 재밌어 보였다. 윤 선수는 정통 유도가지만, 나는 실전 유술인 주짓수를 배워보고 싶다.
미쓰라진/힙합그룹 에픽하이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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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실컷 자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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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단 하루! 실컷 자봤으면

하루 종일 실컷 자고 싶다. 2008년에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영국, 뉴욕을 돌고 돌아 한국 땅에서 한국인 부인과 함께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날마다 채소, 고기 등 신선한 재료를 남들보다 먼저 사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장을 본다. 재료들을 다듬는 일을 지켜보면 어느새 오전이 훌쩍 지난다. 그날그날 메뉴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메뉴 고민하는 것도 제법 큰일이다.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연말연시엔 더 바쁘다. 이런 ‘전쟁’을 끝내면 어느덧 밤 11시. 요새 내 일상은 이런 일과의 반복이다. 게다가 최근엔 일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농장을 일군다. 아내와 함께 즐기기 위해 일군 농장이지만, 마냥 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부담이 된다. 거둬들인 채소는 레스토랑에서도 먹고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요컨대 평일과 주말의 구별이 없다. 올해 단 하루 아무 고민 없이 종일 잤으면.
스스무 요나구니/‘오키친’ 요리사
28. 하이킹으로 땀흘리는 꿈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바쁘겠지만, 검사들도 일이 많은 직업에 속한다. 주중에는 바쁜 업무와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운동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 남성들이 많은 검찰에서 여자 검사로 십여 년 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요샌 체력이 점점 바닥난다고 느낀다. 그러나 좀처럼 생활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바쁘기로 말하자면 중학교 1년생이 되는 아들도 이런 엄마와 마찬가지. 학교, 학원을 시계추처럼 오간다. 그러다 보니 주말엔 꼼짝하기를 싫어한다. 500미터만 걸어도 쉽게 지치는 아들이 걱정스럽다. 올핸 이런 아들의 손을 잡고 하이킹을 다니고 싶다. 그냥 걷는 것도 좋고, 자전거 하이킹도 즐거울 것 같다. 함께 걸으며 아들과 대화하는 게 진정한 즐거움일 게다. 2008년은 무자년 쥐띠해이다. 영리하고 부지런한 쥐처럼 작은 계획도 차근차근 실행해보자는 다짐을 한다. 아들과 함께 땀 흘리는 작은 꿈을 말이다.
김진숙/대검찰청 부공보관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고 무술을 배우며
동물과 밀어 나눠볼까? 물론 사람과 먼저!
새벽 느껴보고, 10년 전으로 컴백 오케이
29. 아들과 함께 한강변 자전거를

아일랜드를 아시는지? 머나먼 유럽에서 태어나 요리사로 세계를 여행했다. 런던, 뉴욕 등의 서구는 물론 이스탄불의 특급호텔에서도 일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호텔에서 정착하는가 싶었는데, 결국 지난해 한국에 왔다. 어느 정도 인정받는 요리사였지만, 이런 남편·아버지의 ‘역마살’ 때문에 가족들도 덩달아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그래서 내게 가족은 피붙이면서 동시에 둘도 없는 친구다. 올해도 그 어느 때보다 바빠질 것 같지만, 일곱살짜리 아들 조슈아에게 자전거를 꼭 가르치고 싶다. 자전거는 나와 아들을 잇는 끈이 되어 주리라 꿈꾼다. 열심히 가르쳐서 아이가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 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아들의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 나란히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다.
키아란 히키/W호텔 총주방장
30. 쓸데없이 많이 먹고 있구나

2008년의 계획요? 살아남기.(웃음) 내년엔 계획된 큰 일이 별로 없어요. 저축한 돈을 깎아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인데 큰일이죠. 공기와 구름만 먹고 어떻게 살아 봐야죠. 얼마 전에 인도엘 다녀왔는데 거기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내가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구나, 쓸데없이 많이 먹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주 소량의 양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과한 게 너무 많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갔다 와서 살이 좀 빠졌는데 아주 기분이 좋아요. 난 사람들이 왜 북작거리는 헬스클럽에 다니는지 잘 모르겠어요. 2008년 저의 계획은 간단해요. 하루에 두 끼 먹고, 조금 먹고 살아남기. 그리고 요가를 하며 지내기. 2008년에는 조용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어요. 잊은 듯이, 잊혀진 듯이 …. 그리고 많이 걷고 싶어요. 연말에 꼭 확인해주세요. 그렇게 살았는지 아닌지.
신현림/시인
31. 버스? 택시? 좀 걷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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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택시? 좀 걷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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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계획이라는 것도 없어지고 꿈도 없어져요. 올해는 간단한 것만 해보려고요. 작년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를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자전거도 사고 헬멧도 사고 했는데, 몇 달 타다가 그만뒀어요. 2007년 11월에 홍대 근처에 있던 가게 ‘After Hours’를 압구정동 근처로 옮겼기 때문에 더 어려워졌죠. 올해는 좀 걸으려고 해요. 출근하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거기까지라도 걸어보려고요. 저는 시디플레이어나 엠피3 플레이어를 안 쓰는데, 그냥 조용히 걷다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좋은 것 같아요. 올해도 책을 써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떤 내용을 쓸지 걷다보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소박하지만 걷는 거라도 제대로 하면 한해가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황덕호/재즈 컬럼니스트
32. 나를 위로하는 가야금 계속

저는 25년째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게 아니고, 오직 저를 위해서 연주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삶이 참 팍팍하더라고요. 아, 앞으로 이렇게 남은 날들이 힘들겠구나 생각하니까 재미없더라고요. 신문을 보다 우연히 국악원에서 하는 가야금 무료강습 공지를 보고 곧바로 달려갔어요. 3개월 무료강습이 끝나고 나서는 선생님에게 개인레슨을 받았어요. 가야금 덕분에 직장생활이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걸 25년째 계속하고 있어요. 방 한쪽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야금을 세워 둬요. 늘 보면서 날마다 만지려고 해요. 가야금을 만지고 연주하는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니까 하루라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올해의 계획은 별게 없어요. 하루에 한 시간 운동하기, 좋은 영화 많이 찾아보기, 그리고 가야금을 연주하는 거예요.
강문숙/홍보대행사 ‘맥스컴’ 대표
33. 축구팀에 가입할 소설가 급구!

2007년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 까먹었어요. 한달밖에 못 배웠거든요. 쪽팔려서 그만뒀어요. 초등학생들이랑 같이 배우는데, 애들이 너무 잘하는 거예요. 지금은 첼로 연습도 못 해요. 아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첼로 줄을 다 끊었어요. 그런데 첼로 줄 어디서 갈아야 하는지 몰라요? 큰일이네. 선생님이 첼로는 케이스에 넣어두면 음이 변한다고 해서 밖에 꺼내놓았더니 줄 다 망가지고 …. 2008년에는 첼로에 다시 도전해 볼 겁니다. 연말쯤 공연을 해도 좋겠고 …. 공연까진 바라지도 않고 도레미파솔라시도라도 좀 잘했으면 좋겠네. 또 하나 계획이 있어요. 소설가 축구팀. 소설가들 모아서 팀 하나 만들고 시합 좀 하고 싶어요. 여기저기 얘기해 놨는데 사람들이 통 없네요. 한국에는 왜 이렇게 남자 소설가들이 적은지 모르겠어요. 축구팀에 가입하고 싶은 소설가 있으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공 찹시다.
이기호/소설가
34. 새로운 요리비서 어디 없나요?

큰 계획은 없고 정말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기막힌 요리비서(秘書)를 발견하고 싶어요.(웃음) 그 책에는 세상의 모든 재료를 새롭게 손질하고 가공하는 방법이 들어 있는 거예요. 음식 한 접시에 A와 B와 C라는 재료가 들어간다고 생각해 봐요.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수만 가지도 넘는 방식이 나올 거예요. 그걸 다 해보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죠. 게으르기도 하고.(웃음) 그 책을 발견하면 정말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 널린 게 조리법이고 널린 게 요리책인데 새로운 요리를 찾을 수가 없잖아요. 그 책 발견하면 초대하겠습니다.
박찬일/요리사, 와인칼럼니스트
35. 새벽, 그 느낌을 알고 싶다

2008년에는 이기적으로 살고 싶어요. 이기적이라는 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나를 위해서 살아야겠다 싶어요. 상처를 크게 받은 것은 아니지만 배려를 했을 때 배려로 돌아오지 않았던 경험이 좀 있었는데 그런 게 싫었어요.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싶어요. 그래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10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에 잠이 드는 생활을 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은 일찍 잠들어 보려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새벽이라는 게 어떤 건지 그 느낌을 알고 싶어요. 새벽까지 안 자고 있으면서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많이 놀기도 했는데 이젠 새벽에 일어나서 그런 일을 할 겁니다. 그러면 작곡 스타일도 좀 바뀌지 않을까요? 뭔가 좀 희망차고 활기찬 노래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새마을운동가 같은 거라도.(웃음)
김성수/뮤지션
36. 비자금을 모아 1인 잡지를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1인 잡지를 만드는 게 오랜 꿈이었습니다. 글도 직접 쓰고, 사진도 찍고, 일러스트도 하고, 편집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싶어요. 한 100부만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뿌릴 겁니다. 잡지 시장이 좋지 않으니까 광고는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해야 할까요? 제 돈으로 해야 할 텐데, 제 형편도 좋은 편은 아니라서 말이에요.(웃음)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월에 두번째 단편소설집이 나오는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이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차근차근 일을 하면서 비자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잡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안 되면 그 다음해에 만들죠 뭐. 꿈이란 건 어차피 천천히 준비하는 거니까요.
김중혁/소설가
37. ‘스루 하이커’라는 어떤 성취감

올해에는 전업 평론가가 되고 싶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전업 주부도 아니니 조금은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올해에는 논문을 써서 졸업을 하고 싶다. 내게 제대로 된 통장 하나 없으니 졸업장을 혼수품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올해에는 어느 산이든 종주를 목표로 등반을 시작하고 싶다. 예전부터 스루 하이커(thru-hiker)가 되어 보고 싶었는데 뒷산 한번 밟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자고로 등반의 포인트는 동반자와의 궁합 아니겠는가. 2008년에는 첫 종주를 함께한 파트너의 이름을 논문 첫 장에 적어서 (쑥스럽겠지만) 그걸 선물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양윤의/문학평론가
38. 개·물개·수달과 프리토킹

한때 아버지가 텃밭에서 개를 여러 마리 기르셨다. “지금이 애견 붐”이라고 아버지를 부추겨 강아지를 여러 마리 인터넷을 통해 분양하곤 했다. 일종의 ‘개 농장’을 운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개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개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등 모든 동물을 다 좋아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무척 즐겨 보기도 한다. 올해에는 모든 동물의 습성과 화술을 파악해 동물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 물개나 수달 등 지능이 있는 동물과도 얘기해보고 싶다.(꼭 얘기할 상대가 필요해서, 또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과 얘기하려고 하지 않아서는 아니라는 점 강조!) 티브이를 보니까 침팬지 등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나도 올해에는 꼭 그들만의 언어를 연구해 그들과 대화하기에 성공하고 싶다.
조까를로스/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리더
39. ‘10년 전 돌아가기 프로젝트’

‘10년 전으로 돌아가기 프로젝트’가 올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다. 20대 초반이었던 10년 전, 막 군에서 제대하고 대학교 2학년으로 복학했던 그 해는 내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해였다. 복학한 첫해라서 그랬는지 뭘 하든 무척이나 의욕적이었다. 또 그때는 지금보다 8㎏이나 덜 나갔고, 매주 조기축구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 운동장을 뛰었다. 또 숫기가 없고 활달하지 않았던 성격을 바꾸고 싶어서 연극 기획에 도전하기도 했다. 잠도 늘 12시 전에는 잤다. 지금은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많이 지쳐 있고, 살도 많이 쪘고, 운동도 잘 하지 않고, 매일 새벽 2~3시는 넘어야 잠에 든다. 올해에는 지금부터 딱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의욕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규칙적으로 살았던 그때의 내 모습을 되찾고 싶다.
서형욱/문화방송 축구 해설위원·<포포투> 수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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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같은 식스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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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권상우같은 식스팩을

올해에는 권상우처럼 완벽한 식스팩을 만들고 싶다. 식스팩, 보기도 좋고 운동에도 좋고 무엇보다 멋지지 않은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예전에 킥복싱과 헬스 트레이닝을 하면서 식스팩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완벽한 식스팩에 도전해보고 싶다. 지난해부터 권투도장에 나가 권투를 배우고 있다. 7개월 정도 됐는데 권투가 무척 재미있다. 관장님이 밀어주셔서 내년에는 아마추어 선수로 권투 대회에도 출전하게 될 것 같다. 권투를 열심히 하면 권투만으로도 충분히 식스팩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마인드C/만화가
41. ‘품위 있는 음식’ 파헤칠테닷

품위 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고 싶다. ‘품위 있는’ 음식이라고 꼭 격식을 차린 비싼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 시장 족발집에도 정말 품위 있는 족발이 있다. 품위 있는 음식은 최선을 다해 만들고, 최고의 식재료를 쓰는 음식을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이렇게 품위 있게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다니면서 음식을 먹고, 또 깊이 있게 파헤쳐 보고 싶다. 그리고 그 음식과 식당의 평가 기준을 만들고, 음식과 식당에 대한 정보를 모아 안내서로 펴내고 싶다. 나부터 궁금하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김혁/<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저자
42. 고연전 사회,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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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전 사회,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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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열리는 학교 축제 사회를 보고 싶다. 그것도 단독으로! 지금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과 휴학 중인데, 해마다 고연전을 볼 때마다 꼭 한번 그 무대에 서서 진행을 맡아보고 싶었다. 아직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본 적은 없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무대에 서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학교에는 친구들도 있고 아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떨지 않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따로 연습해서 유명한 진행자를 흉내내기보다는 그냥 지금 내 스타일 그대로 하는 게 더 재미있을 듯하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여기서 더 열심히 하면 진짜 축제 무대에 서서 사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지선/한국방송 22기 공채 개그맨
43. 열 손가락의 자유를 위하여

열 손가락을 이용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보는 것이 2008년 올해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컴퓨터 자판을 칠 때 아직 열 손가락을 다 이용하지 못하고 한 손 당 두세 개 손가락만 이용하는 데다가 일일이 자판까지 보면서 쳐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도 현장에서 받아쓰기를 못 한다. 또 녹취를 하고도 푸는 속도가 느리다. 뭔가 자유자재로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올해는 열 손가락으로 타자 치는 연습을 해서 뉴스에 나오는 기자들처럼 현장에서 받아쓰기 한번 해보고 싶다.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44. 잠적한 뒤 맨발로 살아봤으면

제대로 된 잠적을 하고 싶다. 가능하면 6개월쯤?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옛날부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네트워크’ 위에서 내내 산 듯하다. 어떨 땐 줄타기하듯 위태롭게, 어떨 땐 해먹 위에서 낮잠 자듯 여유롭게. 하지만 아무리 쫀쫀하게 짜여진 해먹이라 해도 공중에 있기는 마찬가지. 공중에 있어야만 안심되는 삶이라니. 날개를 타고나지도 않았으면서. 좀 기형적이지 않은가. 물론 잠적이라는 거, 생각보다 쉽다는 것 알고 있다. 여기를 끊으면 저기서 놀고 있겠거니 짐작하고, 여기를 끊으면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망각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아왔으니까. 나는 어디에나 있음과 동시에 아무 데도 없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고, 그닥 밝지 않은 의미에서 내 바람의 상당수는 이루었다. 그러므로 내가 없더라도 내가 어딘가는 있겠지라고 그들은 생각할 터이다. 아, 사랑스럽기도 하지. 어디로 갈 건지 어떻게 살 건지 따위는 물론 전혀 생각해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만약 잠적을 한다면, 그동안은 맨발로 살아보고 싶다. 깡총깡총 뛰기는 힘들겠지만 타박타박 걸을 수는 있겠지. 적어도 ‘1년간 중국산 쓰지 않기’보다는 더 현실감 있는 바람이지 않을까.
박사/북칼럼니스트
45.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2008년에는 연애하고 싶다. “오늘은 23호를 발랐네. 네 피부엔 21호 파운데이션이 더 잘 어울리는데 …” 하는 남자보다는 홈쇼핑에서 한 벌에 7만원 짜리 수트를 사는, 수더분한 남자면 더 좋겠다. 그래야 마스카라가 덕지덕지 뭉친 날에도 “이게 콘셉트야! 스모키 아이가 요샌 유행이라구!” 큰소리 칠 수 있을 테고, 그래야 넥타이랑 셔츠도 골라줄 수 있을 테고, 그래야 이 양말엔 이런 구두, 저 양말엔 요런 구두, 잔소리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장동건 뺨치게 잘생겼어도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는 ‘빵점!’ 같이 쇼핑하는 날이면 제 것은 시장에서 사고, 내 것은 백화점에서 사는 남자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넌 여자니까 좋은 것, 예쁜 것만 가져. 난 남자니까 싸구려 입어도 돼.” 그가 이렇게 말하면 난 “촌스러운 남잔 싫단 말야!” 살며시 눈을 흘기겠지만, 먼 옛날 제 머리칼 팔아 남편 술상 마련했다던 어느 부인처럼 평생 그를 떠받들고픈 마음이 샘솟을 것 같다.
심정희/
패션 디렉터
46. 사진가 손에서 카메라를 치워라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자연은 언제나 나의 인생에서 변화무쌍했다. 내 시간에 따라 치열하기도 삭막하기도 했다. 또 한해가 시작한다. 자연은 또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등장할 것이다. 한없이 궁금하다. 조금씩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자연은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그 의문을 해결할 요량으로 몇 달 전 혼자 라오스로 여행을 갔다.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왜 카메라가 손에 없는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사진가인 내 손에 카메라는 없었다. 세면도구 달랑 들고 떠난 여행이었다. 일부러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거기서 자연과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다. 목적도 없이 떠난 여행이 오히려 의미 있었다. 타의반 자의반 늘어나는 사진작업, 복잡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정신적인 여유를 찾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카메라를 놓고 떠나는 여행이 늘어날 것 같다.
민병헌/ 사진가
47. 와인 갈증 푸는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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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갈증 푸는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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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이다. 지인이 한 모임에 와인 한 병을 가지고 등장했다. 8명이 모여서 와인을 마셨는데 꽤 맛있었다. 와인의 이름은 ‘샤토 무통 로쉴드’였다. 나중에 알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이라는 것을! 그날 모인 사람들은 나처럼 와인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는 이들이었다.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 와인은 지금 마시는 것보다 몇 해 지나서 마시는 것이 좋고 디켄팅이라는 것을 해서 마시면 더욱 맛있는 것이란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자세히 알고 마셨으면 그 맛을 좀더 음미할 수 있었을 것을!
2008년에는 와인 공부를 해 보고 싶다. ‘샤토 무통 로쉴드’의 맛이 간간이 떠오른다. 그날 와인을 가지고 온 이와 함께 기회가 되면 ‘샤토 무통 로쉴드’를 만든 와이너리를 여행하고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
김영익/ 한화대투증권부사장
48. 킬리만자로의 별을 내 품에
지구온난화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은하수가 펼쳐진 맑은 밤하늘을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참고로 지난해 4시간씩 운전하고 가서 삼각대 한번 못 펴보고 다시 네 시간 운전해서 돌아온 적이 네 번이나 된다.) 이러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는 지구에서 별을 보지 못하게 되면 내 사진이 비싸게 팔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슬픈 기대마저 하게 된다.
출사 때마다 만원짜리 물고 밥상 위에 올라가 아들에게 절을 시키며 기우제를 지내는 우리 마님(아내)과, 머슴의 삶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야만스런 노동환경도 별보기와 같은 취미생활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직장을 다니며 별 사진을 찍고 있다)
딱 열흘만, 훌쩍 떠나 별이 쏟아지는 킬리만자로, 전설 속의 표범이 영면한 만년설 위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는 꿈, 올해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권오철/ 천체사진가
49. 내 마음의 라오스를 따라 …
얼마 전 조촐한 송년모임에서 아득한 꿈속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라오스였다. 그리 많지 않은 돈으로 느긋하게 나무늘보 같은 여유를 누리고, 아직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순박한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땅. 그런 곳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속도와 성과를 좇아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뛰고 있는 우리에겐 작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식을 내게 전한 분은 오래전 내 자신이 사진과 관련해 고민할 때 도움말을 주신 분이다. “작업하려면 학교 갈 필요 없어. 지금 바로 시작해. 꼭 한 가지, 혼자 해야 해.” 그 말을 따를 용기가 없었던 나는 사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가이고, 나는 사진 책을 만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포토넷를 제대로 된 매체로 만들기 위해 부족한 능력으로 애를 썼다. 잡지를 하면서 발견한 신기한 일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있으면 언젠가 만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새해엔 라오스를 마음에 담아두려 한다. 나에게도 뭔가 하나쯤 선물해주고 싶었다. 나 같은 인간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더 기울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최재균/월간 포토넷 대표
50. 산의 주인, 네 이름 몰랐구나
지난해 북한산 백운산장 주변에 전나무를 다섯 그루 심었다. 2008년에도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싶다. 그 나무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알고 공부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푸른 나무들을 내 인생의 좋은 친구로 두고 싶다. 그 친구를 찾아 아이들과 전국에 있는 식물원을 다닐 생각이다. 식물도감을 사거나 각종 환경단체들 모임에도 기웃거려 볼 생각이다. 27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근 20여년간 북한산을 천 번 이상 올랐지만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산의 주인은 나무라고 생각한다. 그 산을 오르는 우리들이 아니다. 내가 심은 나무들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바람과 시원한 그늘을 선사할 것이다. 흐뭇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홍성국/대우증권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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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빵집 이야기 제보 받습니다
어릴 때 군침 흘리며 먹던 ‘소보루’와 ‘앙꼬빵’을 기억하십니까? 가 2008년 1월 중 커버스토리로 ‘제빵의 세계’를 다룹니다. 지금 빵집은 대부분 국내외의 거대 체인들뿐입니다. 집 근처에, 동네에 오래된 빵집이 있거나 재밌는 사연을 지닌 제빵사가 있다면 주저 말고 연락 주십시오. 빵처럼 훈훈한 빵집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기간 : 2008년 1월12일까지
보낼 곳 :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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