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2 21:09
수정 : 2008.01.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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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깨무는 벌레. 엔에치케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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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이번에 소개하려는 것은 어휘나 문장, 표현이 아니라 한 곡의 노래. 노래 제목은 ‘おしりかじり

’(오시리카지리무시)다. ‘おしり’(오시리)는 우리말로 ‘엉덩이’라는 뜻이고, ‘かじり’(카지리)는 ‘깨물다’는 뜻의 동사를 변형한 말. ‘

’(むし, 무시)는 글자 그대로 ‘벌레’라는 뜻이다. 합쳐서 해석하면 ‘엉덩이를 깨무는 벌레’가 노래 제목이다. 유튜브에서 ‘おしりかじり?’를 찾으면 수천 개의 관련 영상이 나온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이라도 노래를 직접 들어보기를 권한다. 가사는 거의 한 문장. “오시리~♪카지리~♪무시~♪오시리~♪카지리~♪무시~♪”(엉덩이~깨무는~벌레~)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곡은 올해 초 엔에이치케이의 <みんなのうた>(민나노우타)라는 방송에서 처음 전파를 타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더니 그 인기가 일본열도를 강타해 2007년 음반 판매량 순위에서 무려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みんな’(민나)는 ‘모두’라는 뜻이고, 일본어에서 ‘の’(노)는 소유격인 ‘의’라는 뜻의 조사다. ‘うた’(우타)는 ‘노래’라는 뜻으로, ‘민나노우타’는 그야말로 ‘모두의 노래’라는 정말로 단순한 의미. 그런데 이 노래는 글자 그대로 2007년 일본에서 모두의 노래가 됐다. 유명가수의 노래도 아니고, 엄청난 홍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오시리카지리무시’라는 캐릭터(사진)가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중독성 강한(?) 가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매회 방송에서는 오시리카지리무시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가 공개되는데 오시리카지리무시 뒤에서 함께 춤추는 여성벌레 4인조는 ‘카지리걸즈’이고 전원 로스앤젤레스 출신이다.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쓸데없는 지식이지만 4인조의 이름도 제각각이다. 오시리카지리무시의 장래희망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엉덩이를 깨무는 것’. 그렇다면 오시리카지리무시가 사람들의 엉덩이를 무는 이유는? 사람들을 밝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일단 노래를 들어보자. “오시리카지리무시~♪”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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