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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접대법〉(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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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액션 배우는 성룡도 아니고, 주성치도 아니다. 브루스 윌리스도, 류승완도 아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입이 쩍 벌어진다. 재미있어서 벌어지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액션에 또 한번 벌어지고, 독특한 상상력 때문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의 작품들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의 작품들에는 곡예에 가까운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스턴트도 쓰지 않았고, (당연히) 컴퓨터그래픽도 없었는데 저게 가능하긴 한 것인가 싶은 장면이 많다.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정도는 ‘하유, 뭘 이런 걸 가지고 …’라는 듯 자주 나오고, 나무에서 떨어지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지붕에서 떨어지고, 아무튼 영화 내내 수시로 떨어진다. 그래도 끄떡없다. 툭툭 먼지만 털고 만다. 액션으로만 비교하자면 전성기 때의 성룡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버스터 키튼의 액션에는 이상한 슬픔 같은 게 묻어 있다. 성룡이 장난꾸러기라면 버스터 키튼은 패배자의 느낌이다. 얻어터지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도망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가슴이 저리다. 그의 작품을 보다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른 적이 몇 번 있었다. <손님접대법>(Our Hospitality)을 보다가는 폭포 장면에서 소리를 질렀다. 키튼은 끈 하나를 몸에 묶고 폭포 끝에서 갖은 재주를 부린다. 끈 하나만으로 사람을 이렇게 웃기고 울리고 긴장시킬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마지막 순간에는 몸에 끈을 묶고 서커스의 줄타기를 하듯 애인을 살려내는 데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액션 장면이라 할 만하다. <불운>(Hard Luck)이라는 단편을 보다가도 소리를 질렀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운이 지지리 없는 남자의 이야기다. 키튼은 계속 죽으려고 하지만 쉽게 죽지 못한다. 전차 앞에 누웠더니 어럽쇼, 종점이라 차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자동차의 불빛을 보고 뛰어들었더니 제기랄, 나란히 달리는 오토바이 두 대의 불빛이었다. 마지막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액션이 등장한다. 키튼은 10미터도 넘어 보이는 다이빙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점프한다. 멋지게 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이런, 너무 멀리 뛰는 바람에 맨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어떻게 찍은 것인지 모르겠다. 매트리스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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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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