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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유니세프 기금 마련을 위해 루이뷔통이 꾸민 베엠베 C1은 경매를 통해 9억1천만원에 이르는 값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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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오빠 달려~
모터사이클 발전사에는 이런저런 굵직한 사건이 있었지만, 베엠베(BMW) C1의 탄생은 그 역동적인 역사에서 꽤나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인간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두 종류의 탈것에서 독보적인 존재를 인정받는 베엠베. 그들은 독일의 합리성으로 꽤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결과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몇 해 만에 제품을 단종시켰으니 말이다. 여느 업체였다면 그렇게 빠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엠베 아닌가. 전세계에 5대 제조업체만 남을 거라는 살벌한 업계의 전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그 작은 거인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베엠베를 자동차 회사라 생각하지만, 사실 베엠베는 모터사이클을 먼저 만들었다. 파리∼다카르 랠리 우승 경력도 화려하고, 세계 대형 바이크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높은 기술 수준도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C1은 자동차로 만들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머리가 눌려 스타일을 망치는 헬멧 대신 안전벨트를 스쿠터에 붙였고, 비가 오면 옷이 젖어버리는 모터사이클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지붕을 씌우고 와이퍼도 달았다. 한겨울에도 탈 수 있도록 손과 엉덩이가 따뜻해지는 히팅 시스템이 준비되었고, 출퇴근의 지루함을 달래줄 오디오도 장착되었다. 스쿠터 양옆에 안전 바를 달아, 혹시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넘어졌을 경우 몸이 외부에 닿지 않도록 했다. 이때 안전벨트가 운전자를 고정시켜줌은 물론이다. 유럽에서는 이 안전성을 인정받아, 유일하게 헬멧을 쓰지 않아도 주행할 수 있는 최초의 스쿠터가 되었다. 엔진은 125㏄와 200㏄가 마련되었고 배기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고속도도 120㎞/h 정도로 시내 주행에 충분했다. 이른바 젠틀맨의 ‘출퇴근 익스프레스’. 단정한 수트가 멋지게 어울리는 이 스쿠터는 혁명이었다. 저렴한 유지비에, 빠른 출퇴근을 원하고, 스타일을 망치지 않으며, 안전한 이동수단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높은 개발·제작비가 투입된 C1의 가격은 대형 바이크에 육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000만원에 가까운 가격표를 달았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완벽한 숭배자와 냉정한 실용주의자. 너나 할 것 없이 열광했지만 구입을 주저했다. 스쿠터의 크나큰 미덕은 경제성 아닌가. 세계 최대의 시장 유럽과 일본도 이를 소화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자동차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낭만’과 같은 짙은 농도의 향신료가 듬뿍 담긴 빅 바이크를 샀기 때문이다. C1은 폭죽처럼 끝났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기억한다. 우리나라에도 골수팬이 많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C1과 같은 새로운 시도는 각 메이커에서 계속되고 있다. 고유가와 교통정체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C1과 같은 콘셉트는 좀더 현재에 다가설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임유수/월간 <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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