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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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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또 울고 말았다. 다들 영화에 집중하는데, 나 혼자 눈물을 닦았다. 창피하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하품할 때와 누군가에게 눈을 찔릴 때 외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인데, 스포츠 영화만 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는 내내 두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한미숙(문소리 분)이 대표팀으로 돌아와 다른 선수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울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페널티 드로를 실패한 한미숙의 표정을 보며 울었고, 아무튼 줄곧 울었다. 울면서도 궁금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일까. 그냥 눈물이 많아서일까,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경기를 알고 있어서 감동이 배가 된 것일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연이 슬퍼서였을까, 아니면 스포츠 영화의 뻔한 ‘클리셰’(진부한 표현)에 자동 반응하는 것일까. 그러다 갑자기 울음이 멈췄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오는 순간, 울음이 멈췄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아, 그렇지! 저 선수들이 실제 선수들이었지. 맞아, 저 감독을 티브이에서 보았지. 영화와 실제 경기는 조금 다르겠지. 실제 경기는 어땠더라? 정말 마지막 페널티 드로를 실패했던가? 궁금하네. 집에 가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야겠군’ 싶은 생각이 들면서 울음이 멈췄다. 나도 실제 경기를 보았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결승전에서 패배한 순간 내 마음도 찢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선수와 감독의 인터뷰를 꼭 넣어야만 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스포츠 영화 말고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자주 운다) 아름다운 경기를 보고 나면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하다. 텔레비전 중계를 보며 감동에 젖어 있을 때 또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자, 그럼, 아무개 선수의 고향집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아무개 선수는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나요?’라고 묻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감동이 사라지고 만다. 홀딱, 깬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은 금메달을 딴 선수의 고향집을 연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허구와 현실이 갑자기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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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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