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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토이라고 불리며 예술의 표현 도구로까지 신분이 상승된 장난감도 많다. 미국 작가 카우스(KAWS)가 디자인한 목제 베어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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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혁의 장난감공화국
나이를 먹었다는 건 분명히 벼슬이 아니다. 아니, 장난감 수집에 대략 30년 가량의 시간을 투자한 마흔다섯 나이의 남자에게는 벼슬이라기보다는 족쇄며 훼방꾼이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 땅에서 장난감은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고 그것을 가지고 ‘노는’ 어른들은 십중팔구 좀 덜떨어진 인간이거나 변태 끼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기껏 잘 봐야 키덜트(Kidult=Kid+Adult), 혹은 피터팬 신드롬이다. 장난감과 관련한 책도 내고 전시도 하고 관련된 블로그도 운영하다 보니 가끔 엉뚱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장난감과 관련한 우리네 인식의 연장을 보는 것만 같아 내내 가슴이 아프다.장난감과 관련한 취재로 나를 찾아온 젊은 기자나 방송작가들이 ‘성인용 장난감’, 혹은 같은 말이지만 있어 보이는 ‘어덜트 토이’(Adult Toy)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올 때가 있다. 내가 모으는 장난감을 그리 일러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어덜트 토이’는 말 그대로 어른들이 잠자리에서나 쓰는 것을 일컫는 말로 설명하기 무안한 물건들을 말한다. 나름 자부심 반짝거리는 이마를 가진 그분들이 그것을 물어올 때의 그 곤혹스러움이란 …. 특히나 상대방이 여성일 경우에 곤혹스러움은 더 커진다.
어른이 가지고 놀면 성인용이지 달리 다른 뜻이 있겠냐고 되묻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장난감이 코찔찔이 어린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닫힌 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이 80년 혹은 100년을 간다 치면 한 사람의 인성이 결정되는 초기의 10년, 15년간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사물이 무엇일까? 장난감이다. 장난감은 그저 놀잇감이 아니라, 사회와의 만남이며 문명의 출발이며 문화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좀더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예술적으로 사랑해 주는 게 뭐 잘못되고 변태적으로 보이는 것인가? 그렇게 거창하게 호불호를 표하지 않아도 그저 예쁘고 귀여워서 좋아하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행기가 안 뜨면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승객 권리장전이란 게 미국에서 발표되었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장난감의 제 가치와 의미를 정확하게 아는 사회를 위해 ‘장난감 권리장전’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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