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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 다하누촌은 본디 섶다리 마을로 이름 높았다. 섶다리는 보는 순간 건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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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병학의 마을을 찾아서
브랜드 마을로 다시 태어나 흥성거리는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다하누촌
사람살이가 모두 도시 중심으로 바뀌어갑니다. 도시 삶이 각박하다고 느낄 때 주말 이틀은 활력소입니다. 훈훈한 정과 정겨운 경치가 살아 있는 농어촌 마을의 사람과 자연 이야기를 전하는 ‘이병학의 마을을 찾아서’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정육점을 나와 만물상회, 싱싱야채 앞을 지나 부리나케 걸어가면서 최주형(56·전직 공무원)씨가 말했다.
“그 뭐래요. 안 보이던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나 돌아댕기는 느낌이래요. 지금 바쁘걸랑요? 나중에 말하자구요.” 식당 경력 5개월인 최씨는 지금 손님 추가 주문을 받아 ‘한우 암소 한마리 세트’를 사들고 돌아가는 중이다.
조용하던 산골 동네가 갑자기 들썩인다.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쌍섶다리 마을이다. 젊은이들은 줄고 빈 집은 늘어가던 평범한 촌마을에 외지 차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몰려든 외지인, 거리는 재개발 공사중
다하누촌 때문이다. 다하누촌은 ‘싹 다 한우고기만 파는 마을’이란 뜻이다. “한우와 한우가 아닌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온데” “자꾸 한우가 아닌 것을 한우라고” 우겨 팔고 섞어 파는 곳이 많아서 붙인 이름이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로 한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천리 주민들은 거품을 뺀 한우고기를 싼 값에 팔기로 했다. 한 사람이 앞서고 주민들이 따라 나섰다. 이래서 지난해 8월 마을 브랜드 다하누촌이 만들어졌다. 주도적으로 일을 저지른 최계경(45) 촌장이 말했다. “유통구조를 바꾸고 새 판로를 텄죠. 아주 쌉니다. 같은 부위, 같은 품질에서 일반 마트의 절반 내지 삼분의 일 값이죠.”
농가에서 한우 암소와 거세 황소만을 사들여(비거세 황소는 고기가 질겨 상품성이 떨어진다) 영월·제천 도축장에서 잡아서 가져온다. 거품을 걷어내, 시뻘건 한우고기 속이 속속들이 드러났다는 소식에 도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인구 800명인 주천면 소재지에 6개월 새 대형 정육점 5곳과 가맹식당 27곳이 생겼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들고 가맹식당으로 가면 야채·반찬비(1인 2500원)를 내고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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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을 걷어내 부위별로 싼 값에 한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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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을 걷어내 부위별로 싼 값에 한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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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00명의 마을에 식당만 27곳이다. 식당들은 제 발로 찾아오는 손님을 받으며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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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은 본디 술샘이다. 주천교 다리 밑 바위 틈에서 술이 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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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의 마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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