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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14:03 수정 : 2008.01.31 14:03

‘샷킨’은 위험한 것이여. 니혼테레비 제공.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오카네와 다이지다요~.”(お金は大事だよ, 돈은 소중하니까~)

일본은 금융 서비스의 천국이지만 어두운 단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존재가 ‘借金’(しゃっきん, 샷킨). ‘샷킨’은 직역하면 우리말의 ‘사채’라는 말과 바꾸어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사채의 사용률 자체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2, 제3의 금융시장이 활발하게 뿌리내린 일본은 오히려 건전한 사채의 사용을 권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소비자 편익을 강조한 각종 ‘론’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샷킨’이라는 말을 아무리 편하게 자주 쓰는 일본인들이라도 샷킨의 ‘弁’(べんさい, 벤사이)에는 똑같이 애를 먹는다. ‘弁’는 ‘변제’라는 뜻인데 빌린 돈을 갚을 때 ‘弁--する’(べんさいする, 벤사이스루)라고 표현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일본 사회에서 ‘샷킨’은 남녀노소에 이르는 범사회적인 문제다. 티브이를 틀면 어렵지 않게 각종 ‘샷킨’ 업체의 광고들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많이 듣는 문장 중 하나가 “ご利用は計的に”(고리요와 게이카쿠테키니)라는 말이다. ‘御’(ご, 고)는 공손하게 표현하기 위해 붙는 접두어이고, ‘利用’(りよう, 리요)는 ‘이용’, ‘計’(けいかく, 게이카쿠)는 ‘계획’이라는 뜻의 명사다. 합쳐서 풀면 “이용은 계획적으로 해 주십시오”라는 공손한 문장이다. 실제 계획적으로 이용하는지 아닌지까지는 사채업체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일본에서는 유독 ‘사채’를 두고 벌어지는 인간 군상을 그린 만화, 드라마, 영화 등이 종종 제작된다. 최근에는 신세대 스타 오구리 슌이 사채에 허덕이는 한 ‘가난한 남자’를 연기한 <본비맨>(사진)이라는 드라마가 화제다. 물론 이 가난은 사채가 자초한 가난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드라마는 꽤 상큼하고 명랑발랄한 터치로 인물을 그린다. ‘샷킨’을 쓰기에 천국에 가까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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