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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14:52 수정 : 2008.01.31 14:52

루스벨트 대통령의 곰사냥 일화를 테디베어로 재구성한 독일 슈타이프의 작품 <테어도어와 아기 곰>.

[매거진 Esc]김혁의 장난감공화국

이전 같으면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쓰이는 것들이 있는데, 신조어·합성어도 있지만 외래어들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헝겊이나 봉제로 만든 곰 인형을 통칭하는 ‘테디베어’(Teddy Bear)도 그렇다. 장난감을 모은다는 소문이 있다 보니 주위의 화제가 장난감으로 옮아갈 때가 많다. 그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테디베어다. 1억원이 넘는 테디베어를 가지고 있네, 어디 어디의 테디베어 박물관이 유명합네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정작 그 테디베어란 말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아는 이들은 썩 많지 않다.

테디베어는 미국의 26대 대통령 테어도어 루스벨트의 미시시피 곰 사냥 일화에서 유래했다. 1902년 11월 미시시피 강가로 사냥을 나선 루스벨트 대통령은 하루 내도록 사냥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수행원들이 대통령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곰을 나무에 묶어 놓은 뒤 총으로 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가여운 곰을 풀어주었고 이 사실이 신문 만평을 통해 미국에 널리 퍼졌다.

이 기사를 본 러시아 출신 이민자 모리스 미참은 뉴욕에 있는 자신의 잡화점에 아내가 만든 곰인형을 기사와 함께 전시하고 대통령의 애칭 ‘테디’를 붙여 ‘테디의 곰’(Teddy’s Bear)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모든 봉제 곰인형에 ‘테디베어’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야 그렇게 유명해진 이름에 대해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모리스 미참 같은 이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려 들겠지만 그런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사람들은 그저 대통령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마웠고 그 마음씨가 표현된 듯한 포근한 곰인형이 좋았으리라 ….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곰과 코끼리, 사자를 아낌없이 사냥했던 잔혹한 프로 사냥꾼으로, 쿠바를 중심으로 한 카리브해를 지배하려 한 난폭한 제국주의자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전쟁 불사론자였던 그의 이중적 철학이 과연 포근한 곰인형만으로 가려질까. 반대를 위한 반대가 난무하는 듯한, 민주적 절차보다는 효율성을 높이 사겠다며 칼자루를 휘둘러대는 듯한, 지금 우리네 한 권력 집단의 전횡과 높은 국민적 지지 양면을 함께 보는 것 같아 가슴 쓰리고 뭐 그렇다.

김혁 장난감수집가·테마파크기획자 blog.naver.com/kh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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