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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워마시자. 커피콩만 볶아 파는 방앗간 - 빈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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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이명석의 카페정키
지난 연말 ‘서울 카페쇼’의 달콤한 하이라이트는 누구를 비추고 있었을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인기를 등에 업은 바리스타 선발대회, 캡슐형 등 한층 다양해진 에스프레소 머신, ‘티라텐티스’를 얼굴로 내세운 브라질 원두 …. 모두 만만찮은 주목을 받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거뭇거뭇한 얼굴로 후끈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커피 볶는 데는 자기가 최고라고 뽐을 내는 각국의 로스터 기계들이었다. 예전에는 ‘일리’나 ‘라바짜’ 깡통 하나만 있어도 보름이 뿌듯했다. 정평 있는 회사가 보장하는 최적의 블렌딩에 확실한 밀폐 포장. 그보다 나은 에스프레소 원두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카페를 찾을 때도 이런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은 적지 않았다. 가끔 아는 분이나 단골 카페를 통해 단종 원두를 구해 마실 때도 커피콩을 볶는 일의 성스러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 도쿄 야나카 시장에서 커피 방앗간을 만난 뒤에야, 나는 커피가 과일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더 신선할수록, 먹기 직전에 조리할수록 진정한 풍미에 다가갈 수 있다는 진리가 첫 맛으로 왔다. 뒤 이어 똑같은 원두라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래 볶느냐에 따라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맛을 낸다는 사실이 왕성한 풍미로 덮쳐왔다. 서울에서도 이런 커피 방앗간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대흥역의 ‘빈스 서울’은 카페를 겸하지 않고 원두를 볶는 일만 하는 곳이다. 취향에 따라 강하게 혹은 연하게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볶아 주어 로스팅의 섬세한 차이를 즐기기 좋다. 홍대 앞의 ‘빈스 메이드’처럼 큰 기계를 사용해 적절한 강도로 볶아둔 원두를 사올 수 있는 곳이 좀더 보편적이다. 카페 쇼에서 로스터가 떠올랐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도 직접 콩을 볶는 로스터리 카페가 확산되고 있다.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원하는 커피의 진수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우리들은 기계와 볶는 방법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커피의 다채로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카페 정키로서 유명한 기계들을 방문해 확인하는 기쁨도 마다할 수 없다. 조만간 로스터의 벤츠로 알려진 ‘프로바트 엘5’를 장착한 서래마을의 ‘풀 오브 빈스’를 찾아가 봐야겠다. 이명석 저술업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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