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탁현민의 말달리자
|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말은 한 단어, 아니 한 음절의 차이가 크다. 이러한 한 끗 차이는 때때로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가져오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어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한 끗 차이로 확 바뀌어 버리는 신기한 말의 나라로 들어 가보자. 먼저 말의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 ‘우연히 널 만났다’ 할 때의 [우연히]와 ‘우연찮게 널 만났다’의 [우연찮다]는 일견 비슷한 말 같지만 절대 아니다. [우연찮다]는 [우연하지 않다 → 우연찮다]이니 ‘우연찮게 널 만났다’의 실제 뜻은 ‘우연하지 않게, 계획적으로 널, 어떻게 한번 해보려고 만났다’는 의미가 된다. 다음은 말의 뜻은 살아 있지만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든가, 혹은 이번 연휴에 설 선물 택배송장을 잘못 전달한 멍청한 직원에게 써봄직한 말이다. ‘콱 죽여 버리겠어.’ 그러나 이 말에서 한 음절만 바꾸어 쓰면 ‘콱 죽어 버리겠어.’ 둘 다 강한 살인의 충동이 느껴지지만 죽이겠다는 말보다는 죽어 버리겠다는 말에 더 비통함이 느껴진다. 요즘은 말 대신 문자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더 익숙하기도 한데 이 짧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역시 한 끗 차이로 엄청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열애 중인 남자에게 [^^사랑해요]라고 보낸다는 것이 그만 [^^;나랑해요]로 전송해 버려 며칠 동안 끈적끈적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사연도 있고, 저녁을 딸과 먹으려고 보낸 엄마의 문자 [띨아 엄마랑 저년먹자]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새해 새날, 말 한마디, 한 글자의 힘(?)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은 다른 무엇보다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도 잊지 않겠다. 결코 [오린쥐]를 [오렌지]라고 발음하여 [오렌지]를 못 사먹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조심스럽게 다루겠다는 약속도 함께 드린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