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3 20:49
수정 : 2008.02.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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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는 음식에 색다른 맛을 더해주는 ‘요리의 친구들’이다. 왼쪽부터 차례로 오레가노, 계피가루, 파슬리, 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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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매출 확 뛰어오르는 외국 향신료와 소스, 제대로 고르는 법을 알아보자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이다. 유럽과 동남아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제 집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하려고 한다. 덕분에 외국 향신료와 소스 판매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고추장, 토마토소스만 수십가지
외국 향신료와 소스 판매는 일반인들이 찾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지난해 외국 향신료 매출이 2006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수입 소스도 100% 넘게 매출이 늘었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킴스클럽도 수입 향신료와 소스 매출이 2006년과 2007년에 직전 연도와 비교해 각각 15%,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백화점·할인점에서도 향신료와 소스 판매대를 따로 꾸리는 곳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올 하반기 수입식품관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바질·정향·파슬리 등 대표적인 외국 향신료는 오뚜기 등 한국 업체가 이미 수입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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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는 강황, 후추 등이 섞인 혼합 향신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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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와 소스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밖에서만 사먹던 외국 음식을 집에서 직접 해보는 경우가 는 것이 첫째 이유다. 어학연수 등 외국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배경으로 지적된다. 현대백화점 홍보실은 “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한국에 돌아와 예전에 먹던 외국 음식들을 잊지 못해 직접 해먹는 경우가 많다”며 “시중에 인도·이탈리아 음식점이 있지만 현지에서 먹던 맛을 스스로 내보려고 재료를 직접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식재료 판매업체인 서울 한남슈퍼의 장재철 사장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어학연수생·외국유학생 출신들이 자주 가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한남슈퍼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한남동에 있어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 비율이 7 대 3 정도다. 해마다 한국인 손님의 비중이 는다.
30대 초반의 미혼남인 기자는 손쉬워 보이는 토마토소스 파스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파스타는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었다. 문제는 소스였다. 한남슈퍼는 다양한 파스타 소스가 있었다. ‘귀차니스트’를 위한 레디메이드 파스타 소스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산 ‘프레고’ 파스타 소스(1.9㎏ 6천원), ‘프레고 치즈 파스타 소스’(737g 5500원), 라구(고기·가금류·생선 등을 토막 내 와인 등을 넣어 약한 불에서 걸쭉하게 끓인 것) 파스타 소스(737g 4500원)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소스는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에 가까웠다.
버섯이나 고기 등 원하는 재료를 직접 넣어 ‘진짜’ 파스타 소스를 만들고 싶다면 다른 소스를 사야 한다고 장재철 사장이 설명했다. 요리사가 직접 재료를 추가할 수 있도록 토마토만 들어간 소스가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산 ‘폴파 디 포마도로’(690g 5400원) 등 토마토 소스만 수십 가지가 따로 진열돼 있었다. 소스가 아닌 덩어리가 살아 있는 토마토 페이스트도 따로 판매했다. 토마토 소스는 우리네 고추장처럼 서양 요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스에 속한다. 실제로 소스가운데 토마토 소스가 한남슈퍼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겨울에는 양고기나 칠면조에 들어가는 크랜베리 소스나 민트 소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많이 팔린다. 동남아 소스 가운데는 똠얌꿍에 쓰이는 타이 칠리 소스나 볶음용 팟타이 소스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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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슈퍼에 진열된 수입 향신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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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노린내를 없애주는 로즈메리
파스타에 향신료를 빼놓을 수 없었다. 파스타에 자주 들어가는 파슬리 가루 100㎖ 20g들이 한 통이 2700원이었다. 코리앤더(고수), 바질, 오레가노, 로즈메리 등은 서양 요리에서 한국에서의 고춧가루처럼 흔하게 사용된다. 로즈메리는 허브의 한 종류로 주로 고기요리를 할 때 노린내를 없애기 위해 첨가한다.
향신료의 경우 최근 인도 요리 인기를 타고 덩달아 관심이 쏠린다. 네팔 음식 전문점 ‘에베레스트’의 경우 주로 이태원에 있는 인도·네팔 식재료 가게에서 향신료를 구입한다. 이태원 소방서 뒷골목에 있는 ‘포린 푸드 마켓’에 들어가니 터번을 두른 인도인이 이것저것 안내를 해준다. 향신료·소스는 물론 고기·야채·과자 등 거의 모든 식재료가 다 있다. 인도네시아 인스턴트 라면과 필리핀 통조림 등 인스턴트 음식도 판다. 향신료와 소스 가짓수는 한남슈퍼보다 적다. 골목 안쪽에는 이슬람 교인들을 위한 ‘마르하바(Marhaba) 마트’가 있다. 역시 향신료와 소스·차·커피부터 다양한 식재료를 판다. 동대문역 근처의 ‘에베레스트’ 레스토랑 옆에도 몇 군데 인도·네팔 향신료를 파는 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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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에베레스트 (02)766-8850, 포린 푸드 마켓 (02)793-9790, 마르하바 마트 (02)793-9790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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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향신료 상식사전
외국 향신료를 잘 사용하면 부엌이 즐겁다. 여전히 향신료가 낯선 당신을 위한 상식사전. 참조 <향신료>(창해)
◎ 오레가노 꽃박하라고도 하며, 톡 쏘는 박하 같은 향기가 특징이다.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요리에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춧가루처럼 바질, 파슬리, 고수, 타임 등과 함께 서양요리의 필수 향신료에 속한다.
◎ 파슬리 독특한 향기가 나므로 파스타, 수프, 소스, 샐러드 등에 쓴다.
◎ 바질 열대 아시아 원산이며 독특한 향이 매우 강해 잎이나 줄기를 말려 향신료로 쓴다. 파스타, 피자 등 서양요리에 자주 쓰인다.
◎ 고수(코리앤더) 태국 음식에 많이 쓰는 향신료. 상큼한 레몬과 비슷한 향과 옅은 단맛이 난다. 고수 씨를 말린 향신료.
◎ 타임 향이 강해 오래 저장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방부, 항균작용이 있어 고대부터 항생제 등으로 쓰였다. 고기와 생선 비린내를 없애준다.
◎ 파프리카 고추의 일종. 헝가리에서 많이 재배되므로 ‘헝가리고추’라고도 한다. 질감이 부드럽고 종류에 따라 약간 맵고 쏘는 맛이 있다.
◎ 가람 마살라 거의 모든 인도 요리에 들어가는 기본 향신료. 정향, 커민, 후추 등이 들어간다. 인도 요리에는 향신료가 매우 많이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카레는 커민, 고수, 강황, 고추, 생강, 후추의 혼합 향신료다.
◎ 사프란 향이 강하고 약간 쓰다. 고대부터 알려져 있던 향신료이다.
◎ 정향 인도네시아 근처가 원산지인 정향나무 꽃봉오리를 말린 것. 향이 강하고 맵고 톡 쏘는 맛이 난다. 주로 육류나 과자의 맛을 낼 때 이용하며, 가람 마살라 등 혼합 향신료를 만들 때도 쓰인다.
◎ 강황 열대 아시아 원산으로 인도·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 재배한다. 맵고 쏘는 쓴맛이 난다.
◎ 탄두리 반죽 요구르트·고춧가루·강황·생강·양파·다진 마늘에 사프란을 섞어 만든다. 탄두리는 인도 특유의 화덕으로, ‘탄두리 치킨’은 이 화덕에서 구운 닭요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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