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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3 21:16 수정 : 2008.02.15 16:30

타지마할의 볼거리는 정작 무덤을 가득 메운 인파다. 무슬림, 힌두, 불교 등 인도의 다문화성과 종교성은 타지마할에서 교차한다.

[매거진 Esc] 후마윤에서 갠지스강 불의 의식까지, 인도에서 만나는 세계적 문화유산들

7년 만에 찾은 인도는 바뀌었다. 공항의 첫인상부터 달랐다. 인도 수도 델리의 인드라 간디 국제공항의 출입국 심사대의 긴 줄은 그대로였지만, ‘세계적인 공항이 기다립니다. 당신이 느끼는 불편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인도는 원래 중앙선에 주저앉은 소, 백미러 없는 자동차, 코브라 앞에서 피리 부는 노인, 바가지 씌우는 릭샤왈라(인력거꾼), 구걸하는 불가촉천민이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다시 찾은 인도는 이런 이미지를 한창 퇴색시키는 중이었고, 모든 거리는 공사 중이었다. 인드라 간디 국제공항은 내후년 확장 공사를 마무리짓고, 3년 뒤에는 새 국제공항도 문을 연다. 델리 시내는 지하철 공사를 하느라 여기저기 길을 막아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너 시간을 다녔는데도 인도의 후진성을 상징하던 그 흔한 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델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아주토쉬 샤르마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제2의 중국이 될 거예요. 매년 9% 이상 경제가 성장한답니다.”

매일 6만여명이 성스러운 목욕 의식을 하러 갠지스로 걸어 들어간다.
새것이 헌것을 부단히 대체하는 인도의 현재, 그래도 인도의 매력은 찬란한 과거다. 여행자는 델리의 후마윤의 무덤,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둘러보며 인도를 겪고, 지나치는 사람들로부터 강력한 종교성과 무질서 속의 다양성을 경험한다. 대열반열차는 불교 성지 외에도 인도의 대표적인 세계문화유산을 지나간다.

황제의 아내를 위한 가장 멋진 무덤

한층 깨끗해진 델리 거리를 통과해 후마윤의 묘로 향했다. 후마윤의 묘는 17세기 중반, 무굴제국 제2대 황제 후마윤의 페르시아 출신 첫 아내 하지 베검이 남편 후마윤을 위해 지었다. 붉은 문과 붉은 땅을 통과해 닿는 붉은 건축물 안에 후마윤이 잠들었다. 하얀 돔을 가운데 얹고 좌우 대칭으로 건물을 붙였는데, 무덤 안은 격자무늬 실루엣의 세상이다. 창 또한 격자무늬로 냈는데, 태양이 쏟아낸 빛은 격자무늬로 찍혀 정확히 후마윤의 무덤 위로 떨어진다.

후마윤의 묘는 무굴제국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이슬람 돔 양식, 완전무결한 대칭 구조, 입구와 무덤을 연결하는 수로와 드넓은 정원은 수십 년에 걸쳐 다듬어지면서 마침내 아그라의 위대한 무덤 타지마할을 탄생시켰다.

성스러운 불의 의식인 아르티. 갠지스 강의 여신에게 올리는 힌두교의 푸자(제사)다.
타지마할은 대열반열차가 델리로 귀환하는 8일째 들렀다. 사실 타지마할 건축에 얽힌 설화는 그 어떤 건물의 탄생설화보다 로맨틱하지만, 타지마할의 웅장함과 거대함을 보면 볼수록, 새삼 이 무덤의 화려함이 어찌나 가치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는 그의 두 번째 부인 뭄타즈 마할을 지극히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1631년 열네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세상을 떴다. 뭄타즈의 죽음으로 샤 자한은 깊은 상심에 빠졌고, 그의 머리카락은 하룻밤 새 백발이 되었다고 한다. 샤 자한은 아내를 위해 가장 멋진 무덤을 지어주기로 했다. 타지마할 건축 공사는 뭄타즈가 숨진 해에 시작해 22년 동안 계속됐다. 1653년 완공된 대공사에는 오늘날 돈으로 2천만달러가 들었고 인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데려 온 일꾼 2만명이 동원됐다. 심지어 타지마할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것을 막느라 건축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이나 엄지손가락을 잘랐다는 말도 전해진다.”

후마윤의 묘가 붉은 묘지라면 타지마할은 은빛 묘지다. 후마윤의 붉은 사암 대신 타지마할엔 순백의 대리석이 쓰였다. 하룻동안 태양빛을 퉁겨내는 타지마할은 붉은색에서 시작해 황금색에서 절정을 이뤘다가 다시 붉은색으로 꺼지는데, 특히 해질녘의 변화를 미세하게 관찰하면 분홍색-붉은색-푸른색이 시시각각 바뀐다.

이런 풍경을 보여주는 고즈넉한 사진과 달리 타지마할은 언제나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인도를 모자이크하는 다문화성을 구경하는 게 타지마할의 재미다.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인과 빨간 터번을 두른 할아버지, 노란 승복을 입은 동자승이 셀카를 찍고 포즈를 취한다. 근대와 현대, 인도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역사의 굴곡으로 작용하던 강력한 종교성과 자본의 순환을 기다리는 현대의 탐욕이 타지마할을 교차한다.

새벽녁 인도 기차역. 매년 9% 이상의 경제성장률이 보여주듯 인도에선 새것이 헌것을 부단히 대체해간다.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목욕 인파들

골똘히 생각해 보면, 타지마할의 탄생설화는 로맨틱할 뿐 논리적이진 않다. 혹시 일꾼 2만명을 동원한 건 그 당시 경기부양책은 아니었을까? 정복전쟁을 거듭해 인도를 통일한 무굴제국은 이제 할 일이 없었다. 샤 자한은 전쟁에 지친 민중을 달래고 이슬람 제국의 자존심으로 민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부질없는 토목 공사를 벌인 건 아니었을까? 순간 인도차이나 반도 건너 한국의 경부 대운하가 생각났다.(그때쯤 한국에서는 경부 운하를 이명박 정권의 임기 중에 마무리한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었다.) 경부운하에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이 동원되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타지마할 내부는 생각보다 어둡다. 채광면에선 후마윤의 그것보다도 어둡고 단조롭다. 두꺼운 대리석 창틀이고 더구나 이중의 벽 안에 묘지가 앉았기에 충분한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직사각형의 샤 자한의 욕망을 지키는 건 어둠의 새다. 비둘기는 고유의 푸른빛을 잃고 까마귀처럼 검은 실루엣으로 존재한다.

대열반열차는 인구 120만명의 대도시 바라나시도 들른다. 갠지스강가의 바라나시는 힌두이즘이 가장 활달하게 운동하는 도시다. 매일 6만여명이 ‘판차티르티 야트라’(Panchatirthi yatra)라는 성스러운 목욕 의식을 하려고 갠지스로 걸어 들어가고, 목욕 인파가 물러날 저녁 즈음엔 성스러운 불의 의식인 아르티가 열린다. 그리고 힌두인들은 촛불을 피워 금잔화를 갠지스에 보낸다. 한밤의 갠지스는 그렇게 붉게 물든다.

델리·아그라·바라나시(인도)=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타지마할은 인도의 무슬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역사 유적이다.
구걸자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

책임여행자들의 인도여행 수칙… 사회단체에 후원금내는 게 나아

인도는 여행자를 시험에 들게 한다. 거리 풍경을 감상하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모종의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구걸하는 어린이에게 동전을 쥐어줘야 하나?=유명 관광지에 가면 “원 루피, 플리즈”를 부르짖으며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아이들을 만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아이들은 ‘구걸 조직’에 속해 있다. 아이들이 받은 돈은 ‘윗선’으로 상납된다. 또한 이렇게 돈을 주는 것은 평생 구걸하고 사는 불가촉천민을 재생산시키는 카스트 제도에 기여하는 꼴이다. 이럴 바엔 불가촉천민이나 빈민층을 돕는 사회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게 낫다. 인도의 주요 도시에는 이들을 지원하며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단체와 조직이 여럿 존재한다. 이것은 좀더 ‘투명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길이다. 보드가야에서 한국 정토회(jts.or.kr, 02-587-8995)가 학교를 운영한다. 수자타 어린이복지재단(sujata.onestop.net)도 후원을 받는다.

아이들을 직접 돕고 싶을 경우 동전 대신 볼펜이나 공책 등 학용품을 미리 준비한다.(물론 구걸조직에 속한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항상 흥정을 해야만 하나?=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 인도에 가면 인도의 상법을 따른다. 흥정은 일상화돼 있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우선 반값부터 부르고 보라’는 말도 있는데, 상품 가치를 따져서 적정한 수준을 결정해 정중하게 흥정하되 가망이 없으면 냉정하게 자리를 뜬다. 그러지 않으면 흥정이 길어진다. 특히 가난한 릭샤왈라나 노점상을 대할 땐, 적은 돈을 깎느라 입씨름을 하면서 흥정할 필요는 없다. 급전이 필요한 가난한 장사치는 손해 보고 팔기도 한다.

⊙사진을 막 찍어도 되나?=인도 여행의 매력은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선 안 된다. 현지인과 대화를 통해 안면을 튼 뒤, 사진 촬영을 요청한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카메라를 내밀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진 찍겠다는 동의를 구한다. 그러면 대부분 허락해준다. 아니면 손을 흔들어 거부 표시를 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을 때 엘시디(LCD) 창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인화된 사진을 선물로 주는 사람들도 있다.

남종영 기자

인도 여행쪽지

홍콩·타이 들러 갈까?

인도 대열반열차 운행
⊙아시아나항공(화·목·토)과 에어인디아(월·화·목·금)가 인천~델리 항공편을 운항한다. 각각 8시간, 10시간 안팎 걸린다. 에어인디아는 홍콩을 들른다. 타이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환승편을 이용해도 그리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큰 불편함이 없다. 왕복 80만~100만원.

⊙화폐는 루피를 쓴다. 10루피=240원. 인도 밖에서는 돈바꾸기가 어려우므로 다 쓰고 나오는 게 좋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아그라, 바라나시까지 수시로 열차가 운행한다. 각각 4시간, 6시간 안팎이 걸린다. 인도철도 홈페이지(indianrailways.gov.in)에서 시각표를 확인한다. 인터넷 예약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대열반열차는 바라나시에 4일째, 아그라에는 8일째 들른다. 바라나시에서는 갠지스강 보트 투어, 힌두교 의식인 아르띠 관람 등이 이어진다. 아그라에서는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관람이 포함됐다.

⊙후마윤의 묘는 니자뭇딘역에서 가깝다. 델리 중심가인 코넛플레이스에서는 오토릭샤로 80루피 정도 되는 거리다. 타지마할과 비슷한 구조와 양식을 띠고 있으므로 둘을 견주어 보는 게 재미있다. 외국인 입장료 5달러(250루피). 달러도 받는다.

⊙타지마할 반지름 4㎞ 이내에서는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다. 배기가스로 타지마할의 대리석이 변색되는 걸 막고자 함이다. 일단 타지마할 근처의 주차장까지 간 뒤, 전기자동차나 사이클릭샤를 타고 타지마할 정문으로 들어간다. 휴대전화·담배·삼각대 등은 물론 가방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카메라와 작은 크기의 가방은 괜찮다. 외국인 입장료 970루피.

⊙인도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홈페이지(incredibleindia.co.kr)에서 여행 안내서와 지도 등을 피디에프(PDF)로 볼 수 있다. 각 여행지 안내와 통화·환전·언어 등 실용 정보가 튼실하다. 인도 입국 때 비자가 필요하다. 주한 인도대사관 대행업체인 티티서비스코리아(indiavisa.or.kr)에서 발급받는다. 6개월 유효기한의 관광비자는 신청 다음날 발급된다. 비자 요금·수수료 7만3690원. 네팔 비자는 국경에서 발급받는다. 대열반열차를 탈 경우 인도철도관광공사에서 대행한다. 비자 요금·수수료 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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