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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3 21:57 수정 : 2008.02.15 10:52

영화 〈1724 기방 난동 사건〉촬영현장. 스틸카메라를 든 사람이 사진가 서원삼씨다.

[매거진 Esc] 영화촬영 막간 이용, 인상적인 순간 잡아내는 ‘스틸 사진가’의 세계

극장에서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못 떠날 때가 있다. 경쾌하거나 혹은 애잔한 음악과 함께 스크린 위에 수십 장의 사진들이 등장할 때가 그렇다. 그 사진들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붙잡아 둔다. 영화 촬영현장에는 ‘영화 스틸 사진가’가 있다. 그들의 작품이다.

<왕의 남자> 제작발표회 사진이 준 효과

‘영화 스틸 사진가’(이하 사진가)는 움직이는 영화의 모든 것을 정지된 화면에 담는 이다. 배우들의 모습, 중요한 장면, 무대 뒤의 모습, 제작진의 궂은 일 등.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개봉 때까지 그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영화 홍보를 위해 아낌없이 사용된다. 보도자료, 극장 전단지, 책자, 포스터 등.

촬영이 끝나고 가편집된 예고편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석 달, 짧게는 한 달이 걸린다. 그 기간 사진가가 찍은 웅장하고 감동적인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리고 기대감을 심어준다. 영화 전문 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서경은(32) 팀장은 “지속적인 인지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 〈1724 기방 난동 사건〉의 한 장면. 5월말 개봉 예정이다.
영화 배우들과 친목은 사진가에게 필수다. 〈1724 기방 난동 사건〉촬영 현장.
2005년도 개봉해서 이듬해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왕의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사진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영화사 ‘이글스픽쳐스’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만 영화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쇼를 했다. 촉촉한 감동이 번졌다. 정지된 화면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영화 개봉 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결정된다. 영화사의 마케팅 부서가 실력 있는 스틸 사진가를 찾는 이유다.

과거에는 그 역할이 더 컸다. 60, 70년대 유일한 홍보 수단인 신문에서 잘 찍은 영화사진은 중요했다. 지방 극장주들은 ‘스틸북’만을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 카메라를 가진 이도 적었고 현상과 인화까지 맡았던 그들의 책임은 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시장의 팽창과 함께 좀더 세밀한 마케팅 기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화려한 영화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하는 ‘영화 스틸 사진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영화사는 대부분 ‘잘 찍는다’고 소문이 난 사진가를 섭외하고 편당 계약을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영화사마다 찾아다니는 사진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식이든 영화에 경험이 있는 이가 선택된다. <기방 난동 사건>을 찍는 사진가 서원삼(38)씨는 영화 잡지 ‘스크린’에서 7년 동안 사진기자로 일했다.

김장욱씨가 촬영한 영화 〈인어공주〉.
배우에 잘 동화될수록 좋은 작품 나와

영화배우와 현장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인어공주>, <웰 컴 투 동막골> 등을 찍었던 사진가 김장욱(39)씨는 “사람과의 친화력, 현장 적응능력, 순발력”을 사진가의 능력으로 꼽았다. 그는 제작진과 친하다. 중요한 장면에서 촬영감독은 그를 찾는다. 배우와도 친하다. 영화 <인어공주> 때였다. 그가 찍은 고두심과 전도연이 다정하게 포옹하는 사진은 반응이 좋았다. 그 사진은 촬영장면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두 배우가 쉬는 사이 찍은 것이란다.

실제 촬영이 시작하면 사진가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사진을 잡아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사진가 이재혁(38)씨가 말하는 영화 스틸 사진은 인물사진이란다. 주로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고 그들의 감정을 부각시킨다. 카메라 보디 2대, 렌즈 7개를 사용한다. 줌렌즈는 자주 쓰지 않는다. 영화 <타짜> 때만 줌렌즈를 사용했단다. “타짜는 모든 장면들이 좁은 공간에서 급하게 벌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촬영 중인 <연인>을 찍으면서 배우보다 더 눈물을 쏟았다. 카메라가 배우에 잘 동화될수록 좋은 사진이 나온다.

사진가 이재혁씨가 촬영한 영화 〈타짜〉포스터.
영화 현장은 대부분 동시녹음을 한다. 모든 제작진들이 긴장하는 순간에 ‘찰칵’ 하는 셔터 소리는 영화판에서 벼락 맞을 일이다. 사진가들은 장면을 연습할 때, 촬영 직전, 막 끝난 후, 엔지가 났을 때 셔터를 누른다. 배우들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사진가가 재촬영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저 그림자처럼 기회를 얻어 찍을 뿐이다.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얻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서원삼씨는 “카메라에 내장된 캘빈도(색온도)를 낮춰 슬픈 배우의 얼굴을 더 붉게 찍는다. 감정이 더 느껴진다.” 그는 다른 사진가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캘빈도 브라케팅을 한다.

〈연애소설〉한 장면. 사진가 이재혁씨가 촬영했다.
감정 느껴지도록 색온도 이용하기도

지난 2월9일, 영화 <연인>의 촬영 현장을 찾았다. 북한강 칼바람이 제작진들의 손을 얼린다. 아침 7시30분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신청평 휴게소. 배우 백윤식이 도착하자 모든 스태프들의 손이 바빠졌다. 차가 달리는 국도의 견인차 위에서 영화촬영 감독의 카메라는 돌아간다. 이재혁씨도 급하다. 출발하기 전에 잽싸게 견인차에 올라타 짧은 순간에 몇 장을 찍고 내려온다. 틈틈이 견인차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얼굴도 찍는다. 배경이 되는 강변의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도 담는다. 이제 국도를 쌩쌩 달리고 돌아올 감독과 배우를 한동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의 눈에서 영화를 아끼는 성실성이 느껴진다.

마릴린 먼로를 떠올리면 지금도 영화 <칠년만의 외출>에서 환풍기 위에서 치마를 부여잡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영화 사진의 힘이다.

〈우리동네〉한 장면. 사진가 김장욱씨가 촬영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영화 사진 김장욱·이재혁·서원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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