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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0 21:51 수정 : 2008.02.20 21:51

탁현민의 말달리자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사과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좀 참아야 했는데 욱하고 뱉은 한마디 때문에, 좋던 관계는 헝클어져 버리고 되돌리지도 못할 시간 탓이나 하면서 국으로 앉아 후회나 한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사과하려 할 때,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거나, 혹은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쓸 만하지 못하다. ‘미안’, ‘쏘리, ‘내가 잘못 했어’ 등등 상투적으로 사과를 했을 경우 상대방이 더욱 길길이 날뛰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 그러한 상황이 되면 나 역시 ‘사과까지 했는데 더 어쩌라는 거냐’ 싶은 심정이 되어 싸움은 이차전에 돌입하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는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한판 붙자’는 심정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편리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망한 상황에서 무척이나 고민스럽다. 고래로 가장 설득력 있는 사과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거나 힘이 들어도 문제를 고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욕지거리를 했다거나 사소한 말실수를 했을 경우는 사과의 내용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차 싶을 때 바로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살다보면 본의로 저지른 일을 상대에게 사과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대부분 엄청나고 돌이키기 어려운 일이다. 이때는 절대 모든 사실을 고백하지는 말아야 한다. 상대는 그 고백으로 더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런 때는 좀 마음이 무겁더라도 뭉개고 앉아 있는 편이 현명하다. 그래서 사과의 기술 중 최고는 ‘내가 언제? 난 안 그랬어’ 그렇게 모르쇠로 가는 것이더라는 말씀이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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