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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투챤네르’.후지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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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 일본어
일본인과 대화 도중 ‘2ちゃんねる’(투챤네르, www.2ch.net)를 언급하면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흥미로운 반응이 돌아온다. 그 안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2ちゃんねる’는 이 사이트의 이름인 영어 ‘투 채널’(2 channel)의 일본식 발음이다. 표기할 때는 ‘2ch’라고 간략하게 쓰기도 하며 말할 때도 줄여서 ‘투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발음은 간단하지만 ‘2ちゃんねる’의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본에서 소설은 물론 연극,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은 <전차남>(사진)의 탄생지가 바로 ‘투챤네르’다. 단순히 말하면 투챤네르는 일종의 인터넷 게시판을 가리키는 이름.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인기 있는 ‘~인사이드’ 같은 개념의 사이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적합한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진 한 사람이 ‘쓰레드’(thread)라고 하는 특정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댓글을 남기면서 게시판이 일종의 자가 번식을 해간다. “다음 시즌 월요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부터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의 궁금증까지, 주제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가십거리도 있고, 지식 정보도 있다. 가장 최신의 일본 소식이 궁금하다면 투챤네르를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 일종의 인터넷 게시판이 일본 사회의 여론을 반영하고, 또 문화적 파생상품까지 탄생시켰던 이유를 파악하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 전차남이 탄생하게 된 과정도 그랬다. 한 평범한 남자가 자신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인, 일명 ‘에르메스’와 마주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고, 실제로 이 글에 수백만, 아니 수천만의 댓글이 달렸다. 익명을 담보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약속된 공간 투챤네르에 모여 ‘전차남’을 응원하고, 나름의 사랑 해법을 제시했다. 오늘날 포털 사이트들이 가지고 있는 소통 기능이 가장 활발하게 집약되고 또 이뤄지는 곳이 일본의 투챤네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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