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27 21:16 수정 : 2008.02.27 21:16

〈잠자는 혹성〉

[매거진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잠자는 혹성〉 1, 2
유키히 지음, 강동욱 옮김, 북박스 펴냄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빨간책’으로 불리며 학생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던 일련의 성애소설은 성별에 따른 독서편력이 무척 심했다. 브이 시 앤드루스의 ‘다락방 시리즈’는 여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은근하게 부추긴 경우였고, 책의 어느 장을 펴도 질펀한 정사가 벌어지는 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을 비롯한 성애소설은 책장이 걸레가 되도록 남학생들 손을 탔던 경우다. 노골적인 것보다 두근거림을 선호하는 여학생과 줄거리는 필요없으니 그냥 필요한 장면만 이어지면 된다는 남학생의 ‘침대 밑 책장’은 같을 수 없는 모양이다.

유키히의 <잠자는 혹성>은 남학생판 낭만모험 만화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붉은딱지가 붙은 이 만화는 작가 자신의 중학시절의 망상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남고생 나가이 준페이는 어느날 일어나 세상이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그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이제 남고생은 무슨 일을 할까? 일단 사람들을 깨우려고 노력하며 돌아다니던 그는, 잠들어 있는 여자를 덮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여자가 벌떡 일어난 것이다. 여자는 강간당한 사실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당혹스런 인과관계라니.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그녀는 나가이에게 이런 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친구를 ‘깨우러’ 가자고 한다. 잠자는 혹성에 깨어있는 남고생 한 명, 성교를 해야만 깨어나는 여자들. 나가이는 짝사랑하는 소녀를 깨우러 가기로 마음먹고 그 다음에는 … 뭐 이런 이야기다. 여자인 나라면,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덮치는 대신 죽도록 무섭기만 할 것 같은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인공이 남고생이다.

좋아하는 소녀를 깨웠으니 이제 그 소녀하고만 하고 싶지만, 불행히도(?) 인류를 위해 그녀에게만 묶여있을 수 없다니. 그야말로 지구가 다 자기 하렘인 셈이다. 이런 공상, 아마 이 작가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이라면, 누구부터 깨우겠는가?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