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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의 말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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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과 교수들의 회식이 있었다. 새로 강의를 맡은 교수·강사들과 함께 어느새 3년차의 관록(?)을 자랑하며 술자리를 하다가, 열정으로 가득 찬 어느 강사분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을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시지요?” 전임 교수님들도 여러분 계셨는데 왜 하필 그 질문을 내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받은 질문이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저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원했던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대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선생님(그러나 밥값은 내주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를 할 수 있는 선생님(그러나 먼저 전화를 받고 싶지는 않은), 수업시간을 꽉 채우지 않는 선생님(그러나 휴강을 남발하지 않는) 말입니다. 결국 내가 만나고 싶었던 선생의 모습을 보여주면 대부분 좋아하거나 최소한 좋아하는 척은 하더라고요.” ‘아하!’ 고개를 끄덕이던 열정의 신참 강사께서 한가지 더 물으셨다. “그럼 내가 그런 노력들을 해서 학생들과 소통하게 됐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죠?” 잠시 내 경우를 생각해 보다가, “학생들과 어느 정도 일체감을 가지게 됐을 때는 말이죠, 지들의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인사시키더라고요.” 그럴듯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와 원활히 소통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는 노력이 먼저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을 터놓는다는 것은, 그것이 비록 사제간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는 상대의 목을 조르며 제발 네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말해 보라고 해도 그들은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모할 것. 그것도 상대보다 먼저 그렇게 할 것. 학생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 것은, 내가 밥을 산 이후부터라는 말이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 전공 겸임교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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