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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성의없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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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중혁의 액션시대
지난 주말, 텔레비전으로 한국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보았다. 내 살다살다 (라고 해도 그렇게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재미없는 올스타전은 처음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 뽑힌 루키들이 나와 ‘텔미춤’을 출 때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고, - 이제 제발 텔미 좀 그만 우려먹읍시다 - 덩크슛 본선대회 때는 그 썰렁함에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었다. 압권은 올스타전 본경기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수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슛 쏘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거 원, 올스타전 경기인지 3점슛 대회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경기 중간에는 단신 선수와 외국인 장신 선수들의 매치업이 이뤄졌지만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긴장감도 없었다. 드림팀과 매직팀으로 나눠 놓았지만 선수들에게는 이기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올스타전이니까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팬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니까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내 생각은 다르다. 지난 2월18일에 열렸던 엔비에이(NBA) 올스타전을 생각해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엔비에이 올스타전 역시 처음엔 지루했다. 서로 다른 팀의 선수들이 모였으니 삐걱거리는 건 당연했고, 대부분 슛을 남발하거나 개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기 후반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수비가 견고해지고, 슬슬 팀플레이를 하더니 정규리그 경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손에 땀이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올스타라는 이름에 걸맞은 묘기가 속출했고, 선수들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엔비에이의 역사와 전통은 역시 헛된 것이 아니었다. 엔비에이 올스타전 같은 케이비엘(KBL) 올스타전을 기대했던 것은 나 혼자뿐이었을까?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주최측의 태도와 선수들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긴 하지만,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존심 가득한 표정을 선수들에게 기대한 것은 무리였을까? 다들 농구의 진면목보다는 223cm 하승진이 추는 텔미춤이 궁금했던 것일까? 농구장에서까지 ‘소녀시대’를 보고 싶어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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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액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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