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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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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사피엔스21 펴냄 고전시학에서는 문체를 두고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이라고 했다. 흔히 문체가 글쓴이의 개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하지만 그 의미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한 작가의 문체를 인지하는 것은 대개 책을 읽으면서 작가 혹은 작중 인물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만져지지 않는 얼굴을,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보이지 않는 몸을. 코맥 매카시의 책을 읽으면, 소년과 사내, 착한 놈과 나쁜 놈을 통틀어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 존재감이 육중하게 느껴진다. 말이 몸이 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08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네 개 부문을 석권한 동명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이 책은 거액의 현금 다발이 든 돈가방을 우연히 발견한 뒤 쫓겨 다니게 된 모스, 그를 추격하는 살인마 시거, 이 사건을 담당한 보안관 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세한 부연설명은 없다. 특히 시거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쫓는 게 모스인지 돈가방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일 처리를 원하는지 살인을 원하는지도. 코맥 매카시는 1976년 텍사스 엘패소로 이주한 뒤 서부를 무대로 한 소설, 특히 멕시코 국경지대에 사는 남자들 이야기를 많이 썼다. 그런데 매카시의 서부극은 할리우드 서부극의 단순한 영웅-반영웅 구도와 다르다. 국경 3부작에서 매카시는 소년들이 멕시코로 국경을 넘었다가 호된 삶과 무딘 죽음을 겪고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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