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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5 18:00 수정 : 2008.03.11 18:31

카페 ‘브릭레인 스트리트’에서는 가끔 런던 냄새가 나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이명석

[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카르멘>의 도시 코르도바, 유대인 거리를 걷던 나는 구수한 토스트 향기에 이끌려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턱에 묻은 빵가루를 털고 카페 콘 레체로 입을 축일 때에야 발견했다. 내가 팔을 걸치고 있는 탁자가 오래된 재봉틀이라는 사실을.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한쪽에서는 커피를 팔고, 다른 쪽에서는 가방에 수를 놓아주는 재봉사 카페가 있으면 어떨까? 몇 년 뒤 홍대 앞에서 정말로 만났고 말았다. 톡톡톡톡, 재봉틀 소리가 노래처럼 울려 퍼지는 카페를.

요즘 이런저런 겸업 카페들을 자주 만난다. 베이커리 카페, 플라워 카페 같은 경우는 흔히 만나는 전통적인 장르다. 홍대 앞은 ‘토라 비(B)’처럼 갤러리를 겸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아틀리에나 공방 카페의 느슨한 분위기는 친구의 작업실에 놀러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저기 숨은 도구들을 구경하고, 주인이 작업하는 모습도 훔쳐본다.

주인장의 본업이나 오랜 취미는 이런 카페들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개성을 뿜어내도록 한다. 진짜 ‘커피 맛으로 승부 보겠다’는 순혈의 마음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내가 원래 모으던 로봇 장난감 전시장을 겸해서, 한지 공방의 자리를 좀더 넓히는 김에, 혼자 일하면 심심하니까 누구든 옆에서 놀아주길 바라며 카페를 열곤 하는 것이다.

물론 카페를 너무 느슨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시도 때도 없이 문을 닫고, 손님인 내가 다른 손님을 대접해줘야 한다면. 어느 만화가가 마감 때 작업하기 좋다며 추천해준 카페는 정말 화가인 친구 작업실에 놀러온 것 같았다. 청소를 포기한 듯한 어수선함과 행주를 빤 듯 밍밍한 커피 맛까지 분위기에 일조했다.

구경하는 카페도 재미있지만, 함께 놀 수 있는 카페가 좀더 즐겁다. 베이커리 카페의 케이크 만들기 강좌에 함께하고, 토피어리 모임을 구경하다가 버려진 꽃을 싹쓸이해서 온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하자고 주인을 쿡쿡 찌른다. “공방 물건도 팔 겸 벼룩시장이나 해보세요.”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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