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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 ‘옷카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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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스타 마케팅은 일본에서도 효과가 크다. 누가 신었던 신발, 누가 듣던 음악, 누가 자주 오는 식당 …. 일본에서도 스타만큼 특별한 대접을 받는 직업군은 드물다. 그런데 조금 더 특별한 것은 바로 이 스타를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おっかけ’(옷카케)야 말로 스타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존재다. ‘옷카케’는 ‘따라다니다’라는 뜻의 동사 ‘追っかける’(おっかける, 옷카케루)에서 변형된 말로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면 ‘오빠부대’, 속된 말로 더 쉽게 풀이하면 ‘(누구누구) 빠순이’ 정도의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ジャニ-ズおっかけ’(자니즈 옷카케). 일본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연예인 기획사 중 한 곳인 자니즈는 꽃미남 아이돌을 키워내는 곳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뒤를 봐주고(?) 있는 이들이 ‘자니즈 옷카케’다. 보통 ‘옷카케’라고 표현할 정도면 일단 그 마음가짐이나 기본자세에서부터 보통의 팬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례로 일본은 연예인의 초상권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개인 소장이라 해도 연예인을 마음대로 찍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연예인 얼굴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하지만 ‘옷카케’는 다르다. 그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규칙을 지키고, 지키지 않는 팬들은 스스로 단속한다. ‘옷카케’의 삶을 사느라 정규직을 구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이 있다. 팬덤을 실천하기 위해 ‘옷카케’의 삶은 정규직이 요구하는 일상성을 견뎌내지 못한다. 누군가가 “사실은 나 베캬무의 옷카케였어”라고 고백했다고 가정해 보자. ‘베캬무’는 축구스타 베컴(사진)의 일본식 발음. 실제로 누군가의 ‘옷카케’라고 말할 때는 대부분 문장 맨 앞에 “사실은 …”이라는 말이 붙는다. 일종의 ‘커밍아웃’과도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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