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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5 18:51 수정 : 2008.03.09 10:15

쑥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애탕은 쑥과 고기, 두부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완자와 녹말, 멸치국수의 궁합 ‘애탕’으로 계절 변화 느껴보자

봄이 왔다.

아직은 바람 끝에 약간은 날이 서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3월의 바람은 보드라운 노란색이 묻어난다. 2월 마지막 날의 바람과 다를 것 없는 3월 초의 바람이지만, 그저 3월이 왔다고 그 바람이 노랗고 따뜻하게 느껴지니 요즘 계절은 달력을 타고 오는 것 같다. 봄이 오면 달라지는 것은 집 앞의 풍경이다.

참 아름다운 4첩 병풍 ‘논 뷰’

우리 집은 그저 평범한 아파트지만 땅끝 해남과는 반대로 우리나라 땅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는 파주에 살다 보니, 집 앞 풍경이란 것도 논밭이 전부라 누군가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는 풍경을 보고 ‘논 뷰(view)’라 말했을 정도다. 사실 집 앞에 논이나 밭이 보이는 것이 뭐 그리 좋은 ‘뷰’인가 싶겠지만 이 논이란 것이 사계절을 다 담고 있다 보니, 적어도 내 기준에는 참 아름다운 4첩 병풍이 된다. 눈 내린 겨울, 황금빛 가을, 진한 초록의 여름까지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겨울을 이겨낸 봄의 풍경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아직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땅이 오밀조밀 파릇하게 나기 시작하는 오만 가지 연둣빛 새싹으로 조심스레 치장을 하기 시작하는 이른 봄날, 봄비라도 한번 제대로 내려주면 논둑길을 따라 진짜 봄, 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누가 씨를 뿌려놓는 것도, 잘 자라라 보듬어주는 것도 아닌데 해마다 그렇게 대견하게 그 여린 싹을 틔우는 쑥은, 하우스에서 재배한 냉이며 달래가 겨우내 판을 치는 동안에도 꾹 참고 있다가 비로소 진짜 봄이 되어야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정녕 봄을 알리는 음식, 봄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내 어릴 적 기억에도 봄 요리의 절정은 쑥이었다. 원래 요리에 이용하는 쑥은 싹을 틔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여린 것이어야 하는데 그 쑥이란 것이 어찌나 쑥쑥 잘 자라는지, 조금만 한눈을 팔면 훌쩍 커버리는지라 여린 쑥을 따려면 조금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쑥이 일찍 자라는 양지바른 곳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하고 때때로 그곳에 쑥이 얼마나 자랐나 확인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너무 웃자라지 않을 때 제대로 된 쑥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릴 적 우리 집에는 고맙게도 마당 한귀퉁이에 봄 한철 제법 요리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주는 쑥이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그 쑥으로 개떡도 쪄 주고, 된장과 콩가루를 풀어 쑥국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요술 공주 밍키’만큼이나 좋아했던 애탕을 끓여 주기도 했다. 요즘에는 도다리를 넣어 끓인 지리에 쑥을 듬뿍 얹어 먹거나, 쑥으로 고소한 기름내 풍기며 전을 부쳐 그 향을 즐기기도 하고, 나조차 쑥버터를 넣은 뇨키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쑥 요리가 화려해졌지만 내 어린 시절에 가장 화려했던 쑥 요리는 애탕이었다.

쑥버터 넣은 뇨키의 화려한 변신

애탕은 데친 쑥과 다진 쇠고기, 두부를 넣어 완자를 빚은 다음 녹말에 살짝 굴려 멸치육수에 넣고 끓여 먹는 국인데, 어쩐지 쑥 요리들은 고기 한 점 안 들어가 죄다 맛없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아주 특별한 요리였다. 그래서 애탕을 먹는 날에는 늘 엄마 옆에서 쑥완자 빚기를 자청했고, 어서 저녁밥 먹을 시간이 돌아오기를 정말 애타게 기다렸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애탕을 만들던 내 어린 시절, 3월 어느 날의 바람에서도 아마 보드라운 노란색이 묻어났던 것 같다. 그때 계절은 달력을 타고 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강선옥/ 요리사·<수상한 요리책> 저자·블로그 ‘lasagna’s kitchen’(blog.naver.com/lasagna7)운영자.

강선옥 요리사의 애탕 레시피

두부는 꾹 짜고 쑥은 잘게 썰고…

준비 재료(4인분)

다진 쇠고기 200g, 데쳐서 물기를 꼭 짠 쑥 50g, 두부 100g, 대파 1대, 달걀 1개, (완자 양념 재료) 간장 2큰 술, 다진 파 2작은 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후춧가루와 참기름 약간, (육수 재료) 물 1.5ℓ, 국물용 멸치 1/2컵, 다시마 1장

조리 방법

1. 두부는 손으로 꼭 눌러 짜 물기를 빼고 쑥은 잘게 썰어 준비한다.

2. 다진 쇠고기, 쑥, 두부를 넣고 완자 양념 재료를 넣어 잘 섞어 치댄다.

3. 완자 반죽을 조금씩 떼어 지름 1.5∼2㎝가량의 동그란 완자로 빚는다.

4. 다 만든 완자는 녹말가루에 굴려 녹말 옷을 입힌다.

5. 냄비에 물을 넣고 다시마, 국물용 멸치를 넣어 멸치 육수를 준비하고 국간장 3/4큰 술을 넣는다.

6. 멸치 육수가 끓어 오르면 녹말 옷 입힌 완자를 넣고 완자가 떠오를 때까지 끓인다.

7. 여기에 달걀을 풀어 넣고 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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